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 - 어제의 후회도 오늘의 상처도 반짝이는 설렘으로 바꾸는 달리기의 기적
레이첼 앤 컬런 지음, 이나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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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고, 걷기를 시작한 지 약 40일 정도 지났다. 하루에 만 보 걷기 목표를 세웠는데, 10월 평균 일일 걸음은 10,195 보이고, 10,000 보를 넘게 걸은 날이 14일이었다. 11월 평균 일일 걸음은 11,559 보이고, 11일 현재까지 모두 10,000 보를 넘게 걸었다. 

건강이 좋아졌는지 또는 군살이 빠졌는지 아직 모르겠다. 다만, 걷고 집에 돌아왔을 때 기분이 정말 좋다. 더구나, 주말에 걷고 난 후 소파에 누워서 책 읽는 기분이 정말 끝내준다. 나갈 때는 귀찮지만, 들어왔을 때의 기분이 자꾸 생각나서 나간다.


이렇게 걷기를 시작하고, 걷기에 이것저것 관심이 생길 때 레이첼 앤 컬런의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를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을 겪는 엄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폭식을 하면서 본인 역시 우울한 시절을 보내던 저자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법대를 진학하고,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피트니스 강사를 거쳐 마라톤 달리기 선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책으로 썼다. 물론, 달리기만 한다고 인생이 이렇게 잘 풀렸을 리는 없지만, 내재적 성공 요소가 달리기를 통해 비로소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성공 요소가 우리 몸과 마음에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타고난 것이든지, 습득한 것이든지, 혹은 두 가지 모두였는지, 나는 똑같은 특징을 내보였다. 아주 어린 나이에도 내 머릿속에는 '자아'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바보처럼 보일까, 부족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게 어떤 모습이든지 상관없이 두려웠다. 두렵고 불안한데, 그게 무엇 때문일까? 사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나라는 사실이 두렵고 불안했을 뿐. (중략)

내가 아는 유일한 세계, 힘겨워하는 엄마 곁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나를 손상시켰다. 두렵고, 내가 부적격이라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면서, '삶'이라는 것을 살아가는 타인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내게는 일상이 되었다.

그게 바로 우울증의 증세다. 믿어주기 바란다. 나는 아니까. (P.47)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많이 먹는다고 한다. 위로와 안식을 찾기 위해 음식은 가장 쉽고 편리한 방편이라고 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살이 찌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가 아닌가? 결국,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트레스를 만드는 형국이니 나아질 리가 없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달리고 난 후에 느끼는 기분 때문에 계속 달리면서 자신을 변화시켰다. 물론, 중간에 달리기를 멈추기도 하고,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고 도피도 했지만, 다시 달리기로 돌아갔다. 


두렵고, 내가 부적격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우울증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자친구를 만나서 연애를 시작한 그녀는 괴로워한다.


지배적이고 감정적으로 해로운 관계가 형성되었고, 이 관계의 기초는 그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내 자존감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내 자존심은 어디로 갔을까? 내 존엄성은? 나쁜 사람을 거르는 필터는 내가 적당한 짝을, 아무리 작은 것이더라도 뭔가 공통점을 가진 사람을, 진심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을 고르는 선택 과정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런 것이 있었다면 조쉬는 1차 오디션에서 탈락했을 텐데. 솔직히, 나는 내가 그런 선택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고, 그나마도 얻은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P. 122)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본인의 삶에 만족하리라 생각했지만, 저자는 본인이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듯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에 매료되어 트레이너의 길로 들어선다. 우울증 때문에 매일 약을 먹어야 했던 저자가 남을 가르치는 트레이너가 되다니, 사람은 분명 변할 수 있다.


나는 내 일의 의미가 순수하게 체력을 강화하는 트레이닝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체와 정신의 건강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직접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그 두 가지는 나 자신이 끊임없이 반복하며 겪었듯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비록 내 역할이 여정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이긴 했지만, 타인을 지지하는 일에 너무나 큰 보람을 느꼈다. (P.279)


아직까지 만보 걷기를 포기하고 있지 않지만, 가끔 힘들 때 이걸 왜 해야 할까? 이걸 해서 무슨 도움이 될까?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나? 생각을 한다. 걷기를 끝낸 후의 기분을 상상해보지만, 그것만으로 잡념이 없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출산 후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한다. 마라톤이 열리는 날까지 7개월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거리를 늘리면서 힘들게 연습을 하는 그녀도 달리는 이유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억지로 힘들게 달리는 그녀 옆으로 초강력 지구력 달리기 선수가 우연히 지나가게 되고, 그는 이런 말을 그녀에게 한다.


"버스 잡으려고 달려가지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똥보라고 놀림을 받았죠. 처음에는 작은 목표를 잡고 점점 더 큰 목표를 정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P. 376)


달리기를 하던 다른 일을 하던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부터 걷기보다 달리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저자는 마라톤 준비를 위해 총 8번의 공식 레이스에 참여한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고, 하나씩 레이스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나도 만 보 걷는 거리의 반이라도 달려보자고 마음먹고, 달렸지만, 얼마 안 지나서 포기했다. 달리기는 걷기와 다르다. 솔직하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시속 6km를 유지하면서 80분 이내에 만 보를 끝낼 수 있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작은 목표로 시작해서 큰 목표로 아주 조금씩 나아갈 때 성취감을 느낄 것이고, 이것이 무언가를 하는 이유이다. 지금은 만 보에 집중할 때이다. 오로지 만 보만 생각한다. 그 이후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내가 걸은 거리만큼 달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달리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정리한 글로 마무리를 짓는다.


나는 행복이 더 큰 집, 더 많은 물건을 넣어둘 여분의 방을 갖는대서 비롯한다고 배웠다. 더 멋진 차, 명품 핸드백, 구두. 그런 것은 모두 가졌지만, 여전히 공허했다. 그 행복은 너무나 덧없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을 발견하는 데서 비롯되는 깊은 만족감이었다. (중략)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물 흐르듯 흘러가지 않을 때, 몸이 불편하다고 비명을 질러댈 때, 목표에 거의 다 왔지만 아직은 아닐 때, 결승점 앞에서 추월당할 때, 모든 것이 아프고, 따갑고, 괴로울 때도 매달려야 할 때, 결승점을 통과하지도 못했을 때, 이 모든 것이 성공을 그토록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P. 409) 


2019.11.11 Ex. Libris. HJK


나는 런던행 기차를 타고 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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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2019-11-1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만보. 쉽지 않더라고요. 파이팅. 응원합니다!
저도 요즘 시간날 때 종종 걷고 있는데 매일은 힘들더라고요.

아타락시아 2019-11-11 23: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매일이 아니더라도 시간 날 때 좀 더 걸으면 좋을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