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의 태동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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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을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라플라스의 탄생>이라는 전작이 있다고 하네요. 꼭 먼저 읽을 필요는 없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거나 떡볶이에 어묵이 없는 듯한 기분입니다.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반부에 저는 침구사 나유타가 주인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오에 교수가 나오는 장을 읽고, 헷갈렸습니다. 신비한 소녀인 마도카와 아오에 교수와의 관계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역시 <라플라스의 탄생>을 읽지 않았으니 나오는 결과이겠네요.


침구사 나유타와 소녀 마도카가 나오는 장에서는 일관된 줄거리 패턴을 보여줍니다. 곤경에 처하거나 상실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과학적인 해석을 통해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나유타의 과거 시절이 나오는 장에서 밝혀지는 비밀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전 장에서 복선이 깔려 있었는데, 미처 파악하지 못했네요. 어찌 보면, 힘든 일을 대할 때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데, 이 마음먹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막상 그 사건을 직접 겪어본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죠. 


아오에 교수가 나오는 장에서는 발생한 사고의 추리가 주된 내용입니다.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사고 발생 정황을 추리합니다. 우연이 겹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만약, 그것만 안 했으면 사고를 피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겠죠. 그래도 나쁜 오해를 풀었다는 점에서 역시 따뜻한 엔딩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학교 때 공대를 나왔다는데, 어떻게 이런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는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는지 신기합니다. 저도 공대를 나왔지만, 한 편의 서평을 쓰기에도 벅차거든요. 이런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어야 작가라고 불릴 수 있겠죠. <용의자 X의 헌신>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 이 작가의 최고의 책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재미있는 책이죠.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은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들은 항상 따뜻한 결말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진다고 할까요? 물론, 안타까움도 묻어 있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시간을 어느 정도 흐른 후에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9.04.2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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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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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가 끝났네요. 2013년에 1편이 나왔으니 7년 만입니다. 

이 시리즈를 1편부터 소장하고 있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청소년 로맨틱 소설같이 보이지만, 책에 관한 사건 위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를 좋아한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고서에 얽힌 사건과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일본 작가 위주이기 때문에 모르는 작가와 책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움을 유발합니다. 

일본 중고책 시장, 고서점에 대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은 대형 중고 서점으로 인해 중고책, 고서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들이 없어졌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일본은 아직 우리나라보다 출판 시장이 훨씬 큰 거 같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기획을 바탕으로 출판되는 책이 많습니다. 물론, 그중에 별로인 책들도 많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부러운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출판시장이 좀 더 탄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두 명의 중요한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점 주인인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우라 다이스케입니다. 왠지 고서점 주인을 상상하면, 나이가 지긋하고, 약간 고지식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남자일 거 같지만, 비블리아 고서점 주인은 젊고, 매력적이고, 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더구나 똑똑하기까지 한 여성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사랑하고, 책을 항상 가까이하는 아름다운 여성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하나의 시리즈가 종결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너무 길게 끌고 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판될 때마다 한 권씩 사면서 모은 적이 별로 없었던 거 같네요. 책이 출판되기를 기다리면서 한 권씩 사서 모으는 재미를 이제 다른 시리즈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9.03.2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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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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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 과학적, 진화론적으로 접근해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제가 읽은 최고의 책 중의 하나입니다.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그리고 행복은 생각의 문제라고, 또는 자아실현이 궁극의 인생 목표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이정표처럼 다가온 책입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어쩌면 제가 제일 늦게 읽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책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근거나 사례 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충분한 학식과 경험이 없는 저에게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사실이 아닌 생각을 바로잡아 주면서 시작합니다. 단지 진화를 했을 뿐이고, 진화하기 위해서 생존과 번식이 필수적으로 필요했고, 생존과 번식을 달성하기 위해 동물의 모든 특성은 그에 맞게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윈의 진화론입니다. 뇌의 원래 용도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지 이차 방정식을 푸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이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다. 물리적 법칙과 화학 반응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우주고, 생명이고,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다. 인간은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계보다 복잡한 존재지만, 이 복잡성 자체가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p.47)


모든 동물의 뇌가 쾌 혹은 불쾌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이 쾌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데, 왜 이걸 만들어 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생존과 번식을 잘하기 위해, 생존에 유익한 활동이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계속 매진하라고 알리는 것이 쾌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박, 마약, 성 도착증 등이 위험한 것이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뇌가 고장 나서 잘못된 쾌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불쾌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쾌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쾌(행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언제 행복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를 계속 외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약한 동물이기 때문에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같이 모여 살면서 사냥도 하고, 후손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가까이 지낼 때,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이성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느낄 때 이러한 행복이라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이때 행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혼자 사냥을 당하거나 굶어 죽거나 쓸쓸히 후손도 없이 고독하게 죽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유전적 형질은 점차 없어졌을 것입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가 행복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일에 왜 적응을 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적응을 하는 것이 아니고, 뇌가 적응을 하라고 명령을 하고, 사람은 따를 뿐입니다. 행복이라는 도구가 자주 지속적으로 발동되어야 생존과 번식을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었을 때의 행복이 한 달에 한 번 발동되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아무리 대단한 조건을 갖게 되어도, 여기에 딸려왔던 행복감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즉,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p.123)


생존과 번식을 위해 행복이라는 도구가 필요하고,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사람들과 함께 살 때 행복이라는 도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을 만드는 뇌를 가진 사람들이 진화하는데, 유리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을 바로 외향성, 사회성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외향성, 사회성이 없는 사람은 행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는 혼자 책을 읽고, 혼자 레고를 만들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때는 쾌(행복)이 안 만들어지는 것일까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혼자 하는 행위도 결국 남과 어울리기 위함이고, 이것이 결국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 아닐까요?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레고를 만들고, 사진 찍어서 올리고, 영화를 보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이런 일련의 행위가 결국 남과 어울리기 위한 과정인 것입니다. 누군가 댓글을 달아 주거나 누군가 동일한 영화에 대한 느낀 점을 같이 이야기할 때 행복을 느낀 것이고, 그 행복이 바로 초기화되기 때문에 다시 혼자의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제가 과학적으로 검증한 내용은 아닙니다.


사람은 음식만큼 중요한 생존 자원이기에 이에 대한 감정적 반응 역시 강력하다. 그리고 음식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양날의 검과 같은 속성이 있다. 좋은 사람과 대화하고 놀고 손잡는 것만큼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지만, 역으로 사람만큼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주는 자극도 없다. 나를 배척시키고,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가장 절대적인 행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p.164)


사람을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주는 자극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집단주의라고 합니다. 집단주의 문화권에 있는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낮습니다. 조직을 위해서 억지로 강요하는 행위가 많을수록 사람을 꺼리게 되고, 이럴수록 행복이라는 도구를 만들어낼 기회가 점차 없어지는 것이죠.


사람 자체의 교류를 통해서 순수한 즐거움이 나와야 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즐거움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과도한 물질주의와 과도한 타인 인식이라고 합니다. 내가 돈이 많다면, 내가 권력이 있다면, 내가 인기가 있다면, 사람 자체의 교류를 많아질 테니 행복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이 사냥을 떠나는 사람이 언제든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만들어진다면, 그걸 과연 행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과도한'이라는 용어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행복이라는 도구를 잘 이해하고, 잘 써야 합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오로지 남들보다 더 생존해야 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남겨야 행복해 지겠지 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본질적인 행복의 용도인 사람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개인주의는 고독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는 사람들의 만남을 추구하는 것이 개인주의입니다. 내가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것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고, 에스프레소를 통해서 즐거움이라는 형태로 행복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결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행복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행복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경험을 인위적으로 많이 할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입니다. 행복은 초기화되기 때문에 강도보다는 빈도를 추구해야 합니다. 행복은 생각이 아니고, 경험입니다. 이 책에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사진 한 장과 문장 하나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p.191)


2019.3.1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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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를 좋아하는 팬들이 직접 레고를 창작해서 다른 팬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으면, 레고사가 제품으로 만들어서 제품을 판매합니다. 물론, 창작자의 원본을 상품성에 적합하도록 약간의 변형을 합니다. 이런 제품 시리즈를 Ideas라고 부릅니다. 

만약, 힘들게 만든 창작품이 제품으로 판매된다면, 레고 창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커다란 즐거움과 보람일 것입니다. 


저도 레고를 좋아합니다. 창작의 길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순수한 조립의 세계와 레고 인테리어에 집중합니다. 조그만 하나의 브릭들이 서로 모여서 완성품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반복되는 부분에 대해서 지겨울 때도 있지만, 모두 조립하고 나서의 기쁨이 지겨움을 상쇄시켜 줍니다. 힘들게 만든 레고가 인테리어로 손색이 없어서 방에 전시해 놓을 때 가장 좋습니다. 


레고를 처음 할 때는 한 시리즈의 전체 제품을 모은 적도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였죠. 호빗에 나오는 드워프 원정대 피겨를 모으기 위해 호빗 시리즈도 많이 샀습니다. 호빗 시리즈 제품 여기저기에 피겨를 배치했기 때문에 13명을 다 모으기 위해서 몇 개의 제품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이제 철이 좀 들어서 할인을 많이 하거나 인테리어로 활용하기에 좋은 제품을 선별합니다. 디오라마도 해봤는데, 역시나 취향에 안 맞아서 하나의 장식품으로 아크릴 케이스에 들어갈 만한 제품으로 선택합니다. 너무 커서 방에 놓을 수 없는 대형 제품은 제외합니다. 너무 비싸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런 대형 제품을 살만한 돈이 없기도 하고요. 


Lego Ideas 21313 이 제품은 하우스 인테리어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만약, 전체적인 집의 분위기가 고딕풍이면 더 잘 어울립니다. 레고이므로 가격이 역시 싸지 않지만, 많은 레고 제품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제품입니다. 


제품 박스 자체도 예뻐서 버리기가 아깝네요.



조립하는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조그만 부품이 많아서 약간 손가락이 아플 수는 있습니다.




유리 장식장에 넣어 보았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면, 우측에 있는 월E도 인테리어로 좋습니다.


2019년 들어와서 한 달에 하나씩 레고를 만들었습니다. 책과 마찬가지로 아직 조립하지 않은 제품들이 있어서 당분간 레고 구입은 안 할 생각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기 위해서 자꾸 짐을 줄어야 하는데, 레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참 힘든 일입니다. 저는 관심사를 좁혀서 최대한 집중하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가 어렵다면, 중간이라도 가자는 생각입니다.


2019.3.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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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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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입니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책을 읽은 판사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형태의 글을 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개인주의자라는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재천 교수, 김민식 PD, 이국종 교수. 이분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개인적으로 제가 멘토로 삼고 싶은 분들입니다. 오로지 혼자만의 바람이죠. 이분들은 모두 책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하셨습니다. 중요한 마지막 공통점은 세상의 부조리, 사회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곤충학자, 관찰 학자 최재천 교수는 4대강 운하를 반대하는데 앞장 섰다가 지난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습니다. 김민식 PD는 MBC 사장 퇴진을 위해 노력하다가 한직으로 쫓겨났던 분입니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 외상 센터에 근무하시면서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분입니다. 이분들은 글도 잘 쓰셔서 이분들의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문유석 판사입니다. 

교수, PD, 박사, 판사. 어찌 보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기득권 계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먹고사는데 별로 힘들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힘이라도 사회의 발전에 보태기 위해 과감하게 행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폭력적인 투쟁이나 날세운 비판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토론의 장에 자신의 의견을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이 사회는 제대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주제를 던지고, 본인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이런 주제들은 한 번쯤 누구나 생각해 봤을 만한 것들입니다. 가볍게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생각을 하거나 생활에 적용해 보거나 실천해 보거나 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책 밖으로 나와서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부장판사로서 책을 쓴다는 것에 많은 부담을 가졌을 거 같습니다.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 관료적인 조직인 법조계에 몸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자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며, 이 사회에 불합리, 부조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괜찮을까요? 어느 정도 비난과 질책을 감수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면서 글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집단주의의 반대입니다. 개인주의는 근대화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주위를 따뜻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개인주의가 정의가 이렇다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개인주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싶은 저자의 생각이 많습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각양각색의 포스트잇이 책에 꽂혀 있네요.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 배가 몇 겹씩 접혀도 남들 신경 안 쓴 채 비키니 입고 제멋으로 즐기는 문화와 충분히 날씬한데도 아주 조금의 군살이라도 남들에게 지적당할까 봐 밥을 굶고 지방 흡입을 하는 문화 사이에 어느 쪽이 더 개인의 행복에 유리할까.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p.32 ~ p.33)


연말마다 임원 승진 발표를 합니다. 한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임원이 되면 많은 것이 바뀝니다. 직원으로 퇴직하고, 임원으로 새로 계약을 맺습니다. 일종의 계약직인데, 회사 차도 주고, 비서도 생기고, 개인 냉장고와 TV가 설치됩니다. 회사 일에 좀 더 책임이 많아지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업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원 승진 발표 후 한동안 기분이 착잡하고, 안 좋습니다. 저 또한 자승자박하고 있다는 거겠죠. 

유명한 벽돌공 이야기에 생업, 직업, 천직을 나누는 기준이 나옵니다. 행복을 위해서 꼭 천직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요? 성공하기 위한 목적이 행복이라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꼭 천직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은 안 듭니다.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백댄서가 되어 평생 춤만 춰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동호회 활동으로 주말에 홍대 앞에 나가 춤을 춰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재능과 열망의 크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면 행복할 기회가 늘어나고 소소한 행복의 플랜 B, 플랜 C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과학에 따라. (p.54 ~ p.55)


<오늘부터 미니멀 라이프>라는 책을 읽고, 대대적인 방 정리를 했습니다. 많은 물품을 버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나중에 찾기 쉽도록 가지런하게 수납했습니다. 그리고, 더 넒어 지고, 숨통이 트인 방 한가운데 앉아서 따뜻한 커피와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슈베르트 현악 4중주 <로자문데> 음악을 들었습니다.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취업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자기통제형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이십 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박탈감과 불안감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고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며 자신은 그래도 노력하고 있기에 그들보다는 낫다고 구분짓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이십 대들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들도 그 누구의 고통도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기도 하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을 멸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스스로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학생들을 멸시하는 편을 선택한다. (p,136)


물론, 모든 20대가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각종 차별에 찬성하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사실 또한 현실입니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p.136)


당신께만 특별히 알려주는 고급 정보라며 속삭이는 귓속말에 일개미들은 나비가 되어 비상할 것을 꿈꾸며 눈이 먼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한사코 권하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남들이 한사코 감추고 있는 게 세상의 비정한 이치다. 이런 세상에서 불에 홀려 다가가는 부나비들을 어리석다 비웃고만 있으면 될까. 불에 덮개를 씌워 더이상 타죽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p.140)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서로를 부정하는 것은 비극이다. 역사의 두 측면을 있었던 그대로 직시하면서도 얼마든지 지금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자를 강조하기 위해 빛을 애써 지울 필요도 없고, 빛을 강조하기 위해 그림자를 외면할 필요도 없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출발점이다. (p.201)


명절 때마다 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하지만, 꼭 한 번씩 티격태격을 합니다. 아버지는 수구 보수주의자는 아니지만, 유독 북한 문제에 대해서 강경합니다. 어렸을 때 고생했던 기억을 가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의 일이므로, 직접 겪으신 일이 없기 때문이시겠죠. 친일파 행동을 보이는 정치인에 대해서 제가 비난을 해도 별로 대응을 안 하시지만, 북한과 비무장지대 도로 개설을 대해서 전쟁 나면 북한에게 이용 당할까 봐 반대를 하십니다. 아버지의 생각을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니깐요. 


인간 세상의 문제는 참으로 복잡하여 일도양단에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면이 많다. 인터넷을 셔핑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다들 참 명쾌한 정답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진보, 보수, 좌파, 우파, 결국 우리편이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 문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다층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귀한 것 같다.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고 이야기하면, "간단히 말해서 누구 잘못이란 말이냐! 너 이런 소리하는 거 보니까 저쪽이지!"라고 윽박지르는 목소리가 당장 튀어 나온다. (p.228 ~ p.229)


잠시 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는 세금으로 보도 블록을 자꾸 파헤치지 말고, 운하 같은 거 만든다고 생쇼 하지 말고, 소방관 처우 개선에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당장 통일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경제적 교역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대동강, 금강산을 구경 가고 싶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교육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카이 캐슬 같은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보다 미국을 좋아합니다. 일본을 제일 싫어합니다. 국민연금 혜택을 받고 싶습니다. 민노총과 진보 정당을 싫어합니다. 

저는 대체 진보인가요? 보수인가요? 혹은 좌파일까요? 우파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구분이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제 인간에 대한 폭력을 넘어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에 대해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혹자들은 이를 비현실적인 호들갑이라고 여기지만,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범위를 나, 가족, 부족, 계급, 성, 인종, 국적의 범위를 넘어 계속 넓혀온 역사가 바로 인간이 폭력적인 본성과 싸워온 과정이다. 어느 시대에나 타자의 고통에 대해 가장 예민한 이들, 가장 '호들갑스럽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길거리에서 타살당할 염려 없이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잠들지 않게 서로 깨워주어야 하지 않을까. (p.241)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존재다. 어릴 때부터 잘하든 못하든 뭔가를 책임지고 하는 것 자체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고 못한 부분은 감싸주고 격려하는 문화가 기꺼이 책임지는 어른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무엇을 시도하고 실질적인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남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창작자보다 평론가가 많다고나 할까. 사실 비평할 논리야 얼마나 많은가. 미봉책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현상만 일부 건드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나름 노력은 한 것 같지만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다..... 노력이라도 해보려는 남을 냉소함으로써 그것도 하지 않는 비루한 자신을 위안한다.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다 쇼일 뿐이라며. (p.267 ~ p.268)

집에 돌아가며 생각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삷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p.279)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같은 주제라도 논리적이면서 이해하기에 쉬운 글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글쓰기 이전에 생각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찰하고, 생각하고, 글 쓰고. 일상의 습관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2019.3.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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