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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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Hillbilly Elegy>이다. 영어사전에 없는 Hillbilly를 위키피디아에서 찾으면, 미국 산맥 지역 특히, Appalachia 산맥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슬랭 용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고 있다. Elegy는 슬픔을 표현한 시나 노래를 뜻하는 것으로 애가라고 번역할 수 있을 듯하다. 즉,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의 슬픔을 표현한 노래가 이 책의 제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J.D. 밴스는 힐빌리 출신으로 해병대, 오하이오 주립대학, 예일 로스쿨을 거쳐 로스펌에 취직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도 힐빌리 출신이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가족관계, 약물중독 엄마, 가난한 생활 등에 그대로 노출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를 지켜준 누나 등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아주 불운하지 않았다. 표창원 님은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유년시절에 따뜻하게 보호를 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어도 그토록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교육 또는 자존감 만큼은 지켜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힐빌리를 탈출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로 성공적인 삶을 산다. 그냥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만, 두려움을 딛고, 해병대를 자원하고, 해병대에서 배운 경험, 제대 후 지원 혜택을 기반으로 자신의 길을 계속 간다. 

저자는 본인들의 어려움을 국가와 사회보장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제대로 살기 위해 힐릴리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할머니가 항상 그에게 통렬하게 꾸짖은  "뭐든 할 수 있다. 절대 자기 앞길만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이 말은 참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가난한 사람은 통조림, 냉동식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우고, 맥도널드 등의 체인점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분유를 산다. 복지 제도를 통해 얻은 푸드 스탬프를 팔아서 담배, 술, 약물, 마약 등을 산다. 이러면서 자신의 몸을 더욱 망친다. 본인도 감당하기 힘들면서 한순간의 성적 욕망에 사로잡혀 아이를 낳고, 방치한다. 그러면서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점차 결혼도 못하고, 동거와 별거로 바뀐다. 
미국 대학교는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마음만 먹고, 노력하면 충분히 대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알아볼 생각조차 안 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교를 포기한다. 결국,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 계속 가난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국가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최소한의 보장을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저자는 사회 보장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가난한 사람의 실생활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본인의 마음과 노력이 없으면, 아무리 보장 제도를 잘 만들어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공감 가는 이유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가난할수록 보수 정치, 즉 기득권을 위하는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시골, 저학력자, 노동 계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 월급 명세서에 노인복지 기금 지출이 매달 찍혀있다. 이 복지 기금을 만든 사람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유시민 님이다. 하지만, 경기도 도지사에서 많은 노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결국 떨어졌다. 

헬스장에서 양복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다. 트레드밀에서 운동은 안 하고, TV만 보신다. 가끔 덤벨을 들어 올리시고, 다시 본인의 가방으로 자리를 잡아 놓은 트레드밀로 올라가서 TV 조선을 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트럼프 같은 엄청난 대통령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같은 사람이 트럼프에게 가서 말할 상대나 되냐고 말한다. 난 그 할아버지에 대해서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화도 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난 어렸을 때부터 무난한 게 살아왔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남들 하는 대로 쫓아갔다. 정말 어렸을 때 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리고, 하나의 이정표를 향해 정말 노력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 또한 그리 풍족하지 않은 가정에 불만을 가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때까지 멈추지 말고, 고민을 해야 한다.


2017.10.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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