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rt!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 글포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
원재훈 지음 / 동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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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살아오면서 중단한 것을 다시 시작한 적이 많았다. 운동, 영어공부, 일기 쓰기, 블로그, 책 읽기 등.. 이것들은 매년 연초에 계획을 세울 때 항상 단골 메뉴였다. 책 읽기 같은 경우 알라딘에서 연말에 1년 동안의 구매 내역, 감상문 쓴 내역 등을 보내 주기 때문에 이걸 보면서 자극을 받아 그 다음 해 계획을 세웠다. 2016년에 몇 권 읽었으니 2017년에는 좀 더 노력해서 몇 권 읽어야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1월 7권, 2월 5권, 3월 1권을 읽다가 결국 4월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물론,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힘든 시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다는 핑계로 아예 시간을 안 냈던 거 같다. 
그러다, 6월부터 다시 시작했고, 6월 9권, 8월 10권, 9월 현재까지 9권을 기록 중이다. 아쉬운 점은 7월은 해외출장 때문에 3권밖에 못 읽었다. 호텔방에서의 독서는 나에게 있어 쉽지 않았다. 23/9 업무 시간으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타지에서의 설렘 때문인지 집중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책 읽기는 다시 시작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일기, 블로그 정도 쓰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쓴 일기는 단순하게 그날의 일상만 간략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블로그는 책을 읽고 나서 쓰는 감상문이 주된 내용이다. 
MBC PD인 김민식 님은 매일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남긴다고 한다. 그분의 블로그를 가끔 방문하는데, 정말 많은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내용도 많았다. 그분은 책을 읽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그 책을 소개한다. 놀란 것은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생각해 보니 나의 연혁에 대해서 뭔가 정리한 적이 없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나는 유명한 사람일 리 없으므로, 누군가 나의 연혁을 정리해 줄리는 만무하고, 결국 믿을 건 나 밖에 없는데, 나조차 나의 인생에 어떤 일이 언제 들어왔는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의 몸을 사랑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과거를 남기는 자세로 인생을 마주 보아야 하겠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나의 몸을 주무르면서 수고했어라고 말하고, 잠시 눈을 감고, 나의 마음을 쳐다보고, 오늘 나에게 있었던 일을 기록하면 좋겠다. 나를 아끼는 최소한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소설가 원재훈 님이 쓴 이 책은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포기한 사람들에게 다시 글쓰기를 하라는 충고와 도움을 전달한다. 좋은 책들을 인용하면서 여러 글쓰기 관련 생각과 방법을 정리했기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추천 도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책은 크게 2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2 부분은 '어떻게 쓸 것인가'와 '무엇을 쓸 것인가'이다. 이왕이면, 3 부분으로 나누어서 '왜 써야 하는가'를 추가하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물론,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도 이미 이 책에 포함이 되어 있다. '왜, 어떻게, 무엇을' 이 3가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 너무 틀에 박힌 진부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글쓰기도 일종의 훈련이라고 말한다. 칼잡이 무사, 펜싱 선수, 권투 선수들이 생각을 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연습으로 인한 반사작용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각종 유튜브나 책 소개에서 1년에 몇 권 읽기 등으로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콘텐츠가 많다. 1만 7천 권을 소유하고 있는 이동진 님, 1년에 200권 이상을 읽는다는 김민식 님, 1년에 300권 이상을 읽었다는 고영 성남(이 분은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 저자이다.)을 보면, 나는 적어도 1년에 100권 이상은 읽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그런데, 원재훈 님은 "올해는 100권의 책을 읽겠다"라는 목표보다는 우선 서너 권 책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깊게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그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빠르게 찾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신중하게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두 방법 모두를 해봐야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판단할 경험과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저자는 일기를 강조한다. 하루에 딱 한 줄만 써도 매일매일 반복한다면, 100일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줄을 쓰는 것도 힘들지만, 한 줄만 쓰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한 줄을 쓰면, 그다음 내용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축약하고, 한 줄로 표현하는 것도 기술이다.

글쓰기에서 퇴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다 쓴 후에 맞춤법 검사하고, 다시 읽어보면서 가다듬는다. 한 번뿐인 이 작업을 퇴고로 부르기에는 부적합하다. 몇 년 전에 썼던 블로그 글을 다시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봤을 때도 변하지 않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 글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아직도 훌륭한 고전이 사랑받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윤동주의 <서시>와 김춘수의 <꽃>을 외우기로 작정했다. 시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시 두 편은 참 좋은 거 같다. 왜 좋은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좋다. 

이 책의 마지막은 글쓰기가 아니고, 말하기이다. 글쓰기만큼 말하기도 중요하고, 일치하는 면이 많다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고, 책을 많이 읽었으면, 말하는 것도 진중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인생이 연습 그 자체일지 모르겠다. 바람직한 인생은 매일 연습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연습이 끝나는 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닐까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의식적인 연습이 중요하겠지만, 첫 출발은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의식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생각할 것이고, 연습을 보완해서 다시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 인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7.09.2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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