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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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The Price of Prosperity이다. 번영의 값, 비용 정도로 해석 가능할 거 같은데, 책을 다 읽어보면 책 제목이 이해가 간다. 국가가 번영할수록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쇠퇴의 길로 들어간다는 내용인데, 국가가 번영할수록 부는 늘어나지만, 그에 대한 지출,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비용은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왜 한국어판은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을까? 1판 1쇄 날짜가 2017년 4월 26일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내용이 국내 현실과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 후반부에 국가를 개혁하고, 번영으로 이끈 인물들을 소개한 것을 보면, 국가적 운명이 달린 중요한 때에 과연 누가 국가를 이끌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국어판 제목이 나름 잘 선정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크게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국가가 번영할수록 발생하는 문제들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국가가 정체되거나 위기에 있을 때 다시 번영을 이끈 위대한 리더들을 설명한다.

국가가 번영할수록 어떤 문제가 나올까? 지금 미국, 서유럽 등 번영하고 있는 국가들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국가들은 출생률이 낮아지고, 애국심이 낮아지며, 빚이 늘어나고, 근로 의지가 약해지며, 정체에 빠진다.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 이민이 늘어나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 결합은 더 낮아지고, 앞서 이야기한 문제가 다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로마, 스파르타, 합스부르크 제국, 명나라 등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직 망하지 않았으면, 위의 문제들은 요즘 번영하고 있는 국가들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심각도의 차이가 날 뿐이다. 

2부에서는 역사책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터키 공화국의 아타튀르크, 일본의 료마, 메이지 천황, 코스타리카의 돈 페페,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를 소개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한때 번영하던 국가들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과 문제에 봉착하지만, 그를 극복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둘째치고, 일본의 경우는 한 번 짚고 가고 싶다. 200년 넘게 지속되던 봉건 에도 막부 체제, 그리고, 아무 도움이 안 되지만, 강력한 계급인 사무라이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 일본의 발전은 참으로 어려웠다. 더구나, 강력한 미국의 함대에 굴복해 개항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웃 나라 러시아의 함대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세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혁명들 중 하나인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켰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라스트 사무라이'가 기억난다. 이 영화를 볼 때는 사무라이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고, 그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서 전통을 없애려는 일본 정부가 나쁘게 생각되었지만, 메이지 정부의 결단이 그 후 제국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과연 누가 선이고, 악이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미국 함대의 페리 제독이 기차 모형을 선물을 주고 간 이후 20년이 지나지 않아 일본은 실제 기차를 가동했다. 그리고, 러일 전쟁, 청일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그들의 힘을 과시했다. 
일본은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전통은 유지하고, 계급제와 조합, 사무라이 계급을 없애 버리면서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 국가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웃나라 조선은 한치 앞도 못 보고, 당파 싸움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었고, 결국 이때의 차이가 나중에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칭 우익,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선진국을 좋아하면서 그들에게서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이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들은 우익, 보수의 자격이 없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처럼 국가의 적폐 세력을 몰아내야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의 번영을 꾀할 수 있다. 
다른 나라를 침범하고, 무시하는 일본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속에서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일본의 지도층, 기득권들도 점차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8월 15일 광복절이 지난지 얼마 안 되었다. 청나라, 러시아, 일본, 그리고 여러 식민지를 탐하던 국가들로부터 위협을 당하던 20세기 초 조선의 국제 정세나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강대국 들에 둘러싸여 있는 21세기 초 현재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 상황은 아닐까? 그래도 20세기 초에는 한반도는 통일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한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통탄스러운 일이다.
개인의 이익을 탐하는 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쩔 수 없는데, 이런 자들이 국가의 지도자나 지도층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하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 나라를 이끌 때 비로소 우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제대로 투표를 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7.08.1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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