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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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서 먼저 말하고 싶다.

주제 사라마구..
포르투갈 태생으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2010년에 타계하셨다. 대체 누굴까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책의 저자라고 하면 알 지도 모르겠다.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이기도 한데,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처음 접한 책은 '동굴'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본 기억이 난다.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이 독특하다. 대화문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누가 말하는지도 나누지 않는다. 그냥 문단만 나누어 있을 뿐 계속 이어 쓴다. 그래서, 처음 접할 때는 읽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내면 심리 묘사가 많은데, 이걸 자아하고 서로 이야기하듯이 쓰니 1~2페이지 읽기도 상당히 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역시 뛰어난 작가인지 읽다 보면 빠져든다. '동굴', '눈먼 자들의 도시',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모두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스타일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19년 동안 공산당 활동을 했는데, 한국이라면 이미 종북, 빨갱이로 불리며 블랙리스트로 관리되어 힘들게 살았을 것이다.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등기사무소의 말단 직원인 '주제'씨가 취미활동으로 유명인들을 스크랩하다가 우연히 한 여인의 기록부를 보게 되고, 이 여인을 찾기 위한 힘든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왜 이 여인을 찾는지 책을 읽어도 모른다. 혼자 살면서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뭔가 집중하며 돌파구를 찾고 싶어서일까? 사람이 뭔가 하나만 빠져서 살면, 오타쿠나 성격 이상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렇게 하나에 집중해서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거 같다. 좋은 말로 마니아도 있지 않나.
남이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 여인을 찾아서 만나도 특별히 할 말이나 행동도 없지만, 이름, 출생 시기, 출생 시 집 주소 하나만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너무 집중을 해서 등기소 일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몸도 망치고, 다른 사람들의 의심도 사지만, '주제'씨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찾게 되는데..

혼자 살고, 가족, 친척, 친구도 없으니 등기소 일 끝나고 나서 하는 것은 여인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으고, 탐문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누워서 천장과 대화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묻고, 자신에게 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찌 보면, 혼자 놀기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결말이 허무할 수도 있지만, 책 제목처럼 우리 모두는 이름을 가지고 살지만, 결국 지나가는 하나의 서류일 뿐이며 무의미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을 생각할 때 이름, 나이, 가족관계, 사는 곳, 직업, 성격, 신념, 가치관, 선호도 등을 알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서류 한 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이 정말 나를 나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나의 생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내 머리의 한계와 짧은 지식과 표현으로 가능하지 않을 듯싶다. 미치도록 무언가에 빠지고 싶은 토요일 오후이다.


2017.03.0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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