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펭귄클래식 50
제인 오스틴 지음, 김정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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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이 있다.  
친절하고, 자상하면서 예쁜 첫째 딸,
언니를 지극히 아끼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에 머리가 똑똑한 둘째 딸,
철딱서니 없고, 무식하며 남의 기분을 무시하는 셋째 딸,
셋째 딸과 함께 노는 넷째 딸,
독서도 많이 하고, 박식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는 막내딸,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고, 인생의 목표가 딸 시집보내는 것인 어머니,
재치 있는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가족들의 분란이 생기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아버지..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지내온 이 가족들 근처에 고귀한 귀족 출신이면서 돈 많은 이웃이 생기면서 이 책은 시작한다. 집안의 명성, 재력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첫째 딸은 돈 많은 귀족과 사랑에 빠지고, 그 귀족의 친구인 오만함을 싫어하던 둘째 딸은 그것이 편견임을 깨닫고 결국..

왠지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스토리이다. 평범한 여자와 부자 남자가 등장하고, 부자 집안에서 반대하고, 부자 남자는 쌀쌀맞고, 오만하지만, 점차 평범한 여자와 우연히 만나면서 부자 남자는 변화하고, 평범한 여자는 처음에 치를 떨며 싫어하지만, 자신의 미움이 편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자 남자의 마음속에 있던 배려, 따뜻함을 발견하는 스토리..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나온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잠시 한국 드라마를 말하고 싶다. 난 한국 드라마를 별로 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본 드라마가 미생이다. 한국 드라마 중에도 정말 잘 만든 드라마도 많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면도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의 특징 중의 하나가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기승전결이 되는 것이다. 병원, 경찰, 군대, 회사 등 주제가 무엇이든 결국 그 배경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남녀가 메인 주제이다. 만약, 미생 마지막이 장그래와 안녕이의 사랑 스토리로 끝났다면, 또는 장그래가 알고 보니 회장 아들이었던가, 장그래, 안녕이, 장백기의 삼각관계를 치중했다면, 난 미생을 끝까지 보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샜는데, '오만과 편견'은 내가 읽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책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인 거 같다. 그래서, 1813년 출간된 이 책의 내용이 시대가 지나도 계속 인용되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읽은 펭귄클래식 시리즈 중 사랑을 다룬 책들과 비교를 했다.

'좁은집' : 연인 간의 오해로 끝내 서로 맺어지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맺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순수의 시대' : 서로 좋아하지만, 절묘한 타이밍으로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
'오만과 편견' : 한 사람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그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사랑 이야기

'좁은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순수의 시대'는 다 읽고 나서 안타까움에 또는 애절함에 촉촉해졌지만, '오만과 편견'은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빠른 스토리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2017.01.3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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