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교보문고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기 위해 출발했다.
개천을 따라 걷다 보니 오래간만에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풀냄새, 흙냄새가 참 정겹게 느껴졌다. 개천을 따라 자리 잡은 카페들도 분위기 있게 느껴져서 혼자라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상복합 건물의 상가 지역에 자리 잡은 교보문고를 찾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찾아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서 편하게 찾을 수 있었다. 전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아..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공간이 작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방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은 서점이었다. 커피를 팔고, 각종 IT 기기도 팔고, 문구 제품도 팔고, 테이블이 입구부터 위치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멀티삽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책방이라기보다는 북 카페, 아니 팬시 가게에 책을 가져다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주말에 책방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왔지만, 예상했던 책방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지만, 책을 보러 왔다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다가 심심해서 잠시 방문한 사람들로 보였다. 물론, 책방이라는 것이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불쑥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는 하지만, 왠지 이곳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책방의 정의를 굳이 내리고 싶지는 않다. 아니 뭐라 책방의 정의를 내릴 자신도 없다. 막연하지만, 뭔가 느낌이 다른,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차이가 느껴졌다. 

하루가 다르게 동네 책방은 줄고, 그나마 있는 서점도 모두 참고서 위주로 바뀌고 있다. 교보문고가 이렇게 동네로 가깝게 진출하면, 더욱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교보문고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교보문고가 가까이 있으면 좋은 것이니.. 하지만, 책방을 느낄 수 없는 교보문고라면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똑같았지만, 기분은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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