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접했을 때 책 제목부터가 남다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왠지 추리 소설 같기도 하고, 넬레 노이하우스가 쓴 책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더구나 배경이 독일, 그것도 30년 전쟁 후인 17세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전에 30년 전쟁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전쟁과 역사를 다룬 책이라서 그 당시의 실제 생활하는 모습이 계속 궁금했었습니다.

이 책은 그 당시에 환영받지 못하고, 멸시와 천대를 받았던 사형집행인과 그의 딸, 그리고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의 지배 계급들의 무뇌와 고지식함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마녀 타령을 하고, 합리적인 이성을 무시한 채 그저 신의 뜻이라는 한심한 소리를 하는 종교 세력의 어리석음,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생명을 경한 시하고, 억압하는 부조리한 지배층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일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당시의 유럽 도시는 엄청 지저분했다고 합니다. 뭐, 청소를 잘 안 하고, 배수 시설이 잘 안되어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 묘사된 독일 숀가우 시가지는 정말 참혹할 정도입니다. 길거리에 오물과 쓰레기들이 방치되고, 이층 창문에서 수시로 요강을 비우기 위해 오물을 거리에 쏟는 모습이 나옵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냄새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과장한 것인지 실제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지금의 도시를 생각하면 안 될 거 같습니다.

독특한 등장인물들, 천대받는 직업을 가진 자들의 사건 해결, 17세기 독일 묘사, 미스터리 한 사건 등으로 초중반까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만, 어느 시점부터 맥이 풀리면서 긴장감 있는 전개가 무력해집니다. 너무 일찍 사건 관련 이모저모가 친절하게 설명되기 때문에 극적인 반전이 없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흘러갑니다. 후반부는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을 풍기면서 추리, 서스펜스 등을 배제한 채 선과 악의 물리적 대결, 추격신으로 마무리합니다. 마녀의 누명을 벗는 과정도 통쾌하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극적인 반전이나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은 포기했더라도 악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실망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현실적인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8세기의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영국, 프랑스와 17세기의 30년 전쟁 이후의 독일에서의 피지배층에 놓인 사람들의 억압과 궁핍함은 제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살아보지 못 했던, 그래서 알 수 없었던 그 당시를 이렇게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2015.01.1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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