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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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현대 장편소설입니다.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내용 전개가 스피드하고, 흥미진진해서 몰입했네요. 다카노 가즈아키 저자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기회 봐서 다른 책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제노사이드는 집단 살해, 이민족 살해, 이종족 살해 등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위키에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책 내용중에 잔인한 침팬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인간도 침팬지와 다를바 없다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됩니다. 책 표지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써 있습니다.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합니다. 책에서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제노사이드가 행해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그 안에 있던 이슬람 교도 100만명을 살해한 자들이 기독교도입니다. 콩고, 르완다 등지에서 벌어지는 제노사이드를 마치 미개인들이 저지르는 잔인한 행위로만 볼 수는 없다는 거죠.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디에서나 행해졌던 행위입니다. 


자세한 책 내용 소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안하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서평을 읽다가 결말을 알아버린 적이 몇 번 있어서 특히 소설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거 같습니다.


저자는 인류 본성,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최신 과학 기술 근간으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생물학, 약학, IT, 최신 무기 등을 잘 버물려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매끄럽게 끌고 갑니다. 자유 민주주의 제도의 비판, 최고 권력이 한 명의 불안전한 사람에 집중되었을 때의 문제점,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공감을 했습니다. 흥미진진한 내용, 적절한 반전, 개성있는 캐릭터, 몰입감 있는 전개 등이 재미있는 소설을 만드는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라고 한다면, 이 책처럼 다 읽고 나서 뭔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소설은 좋은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재미있는 소설과 좋은 소설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역사, 특히 지중해 관련된 역사책을 매우 좋아합니다. 페르시아, 그리스 도시국가, 로마, 마케도니아, 카르타고, 이집트, 동로마 제국, 지중해 해양국가, 오스만 투르크, 십자군 전쟁 등.. 그런데, 이 책에서 역사학에 대해 한 문장으로 평한 내용이 있습니다. '지배욕에 사로잡힌 멍청한 인간이 저지른 살육을 영웅담으로 바꿔서 미화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학이라는 것입니다. 음.. 왠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화에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네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자는 책 중간쯤에 한국인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한국의 정을 잠시 소개합니다. 한국과 일본.. 어찌 보면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일본이 행한 제노사이드의 희생양이기도 했던 한국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본에서 언급되는 한국 관련 내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인 다카노 가즈아키는 일본이 과거에 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습니다. 일본의 치열한 반성이 없는 한 아니 반성을 한다고 해도 그들과의 거리는 영원히 안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마음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인간끼리의 증오, 배척, 잔인함의 시작일지도..


주말 아침에 다 읽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날씨는 좋으니 잠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하러 가야겠습니다.


2015.01.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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