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누구나 돈키호테를 읽어 본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풍차를 괴물로 망상하여 풍차와 싸우는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읽기 쉽게 재미나게 우화식으로 표현한 책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세계 문학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돈키호테를 다시 접했습니다. 일단, 분량에 놀랐습니다. 무려 717페이지.. 제가 기억하고 있는 아동 도서 분량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책 뒷표지에 적혀 있는 아래글..


'세계 최고 작가 100인이 선정한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어.. 그동안 뭔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분량이 큰 책이 항상 그렇듯이 읽기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0월에 열심히 읽고, 11월 첫 주말에 마무리했네요. 

결론적으로 돈키호테 완역본은 꼭 읽어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이 책의 내용은 그냥 광기에 빠진 한 미치광이의 이야기가 모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스페인, 1547 ~ 1616)은 세익스피어와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세익스피어는 모두 알고 있지만, 돈키호테의 저자 이름이 뭔지는 아마 모두 모를 것입니다. 세익스피어와 같은 날(1616년 4월 23일)에 사망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당시의 억압체제와 불평등,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이 책 한권에 모두 담았습니다. 미치광이가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어 보면, 돈키호테에 대한 내용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돈키호테가 모험(우리들이 봤을 때는 그냥 여행이죠.)를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마치 추운 겨울에 난롯가 주위에 모여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일까요? 일종의 삽입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형식이죠.

물론, 돈키호테 모험도 재미있습니다. 중간에 어처구니 없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종자인 산초가 불쌍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돈키호테의 무모함에 화도 나고, 책을 읽으면서 희노애락을 느꼈네요.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돈키호테처럼 현실과 상상을 구분 못할까요? 저자는 그 당시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삼류 소설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포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편력기사라는 용, 마법사가 존재하는 세계.. 작금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이런 소설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우려심이 아니었을까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토머스 무어(영국, 1477 ~ 1535)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토머스 무어 기억 나시나요? 바로 유토피아라는 유명한 소설을 지은 영국의 재판관입니다. 그가 유토피아를 쓴 연도가 1516년이고, 돈키호테는 160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영국이나 스페인이나 비슷한 사회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토머스 무어는 유토피아라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쓴 형식을 따랐는데, 미겔 데 세르반테스도 역사 학자인 어떤이가 쓴 종이들을 찾아서 소설로 쓰는 형식을 빌렸습니다. 토머스 무어처럼 책이 출간되었을 때 본인에게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약 400년 전에 정반대의 나라에서 살던 어느 한 사람이 쓴 소설이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꼭 이 책을 접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2014.11.0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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