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033 -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 지음, 김하락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간만에 공상과학소설을 읽었습니다. 

아니 공상과학소설이라기 보다는 세기말적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소설이라고 봐야 하는데, 장르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더 로드'와 유사한데, '더 로드'는 개인의 삶에 집중한 것에 비해서 '메트로 2033'은 꽤 큰 스케일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가공한 핵전쟁 이후 지상의 모든 것은 소멸되고, 결국 지하로 도망쳐 메트로를 중심으로 인간 사회를 구축하고, 이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지상으로부터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자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배경이자 내용입니다. 

그렇게 지상에서 싸우면서 지구에서의 인간 문명을 멸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지하로 가서도 또 싸우는 것을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쩔 수가 없는거 같습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데, 한자동맹, 제국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종교 이단 등의 각종 이념이 판치고, 이를 기반으로 서로 전쟁하고, 학살하고, 고문하고, 처형하는 한심한 작태를 연출합니다. 

사람을 구슬리기 위해 새로운 종교를 만들고, 합리적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존재들이 서로 무리지어서 다른 무리를 공격합니다. 

자신들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의심하고, 살인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갈 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사실이 생각나네요. 

저자는 이런 인간 군상, 정치 체제, 종교 등을 세심하게 터치하면서도 메트로를 여행하는 일종의 모험적인 요소를 잘 가미했습니다. 주인공 아르티옴을 따라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 보면서 쫓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 뒷 표지에 지하철 노선도가 표기되어 있는데, 정말 굿 아이디어인거 같습니다. 이 지도가 없었으면, 흥미가 엄첨 반감되었을거 같네요.


이 책에서 한국을 언급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식인종들이 사람을 먹기 전에 언급하는 내용인데, 한국에서는 고깃질을 좋게 하기 위해 개를 산채로 주머니에 넣어서 죽을 때까지 패고 난 후에 먹는다는 것입니다. 창피한 면도 있지만, 각 나라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후 먹는 것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어디에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20개국 넘게 번역된 책인데, 이왕이면 좋은 내용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주인공 아르티옴과 몇몇 조연들의 활약으로 인해 메트로는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의 위협이 잠시 없어졌을 뿐 메트로 내의 위협.. 즉 인간들의 위협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핵전쟁으로 지상을 소멸시켰듯이 또 어떤 예기치 않은 분쟁으로 메트로를 멸망시킬지 알 수 없습니다. 2033 일년 후 2034를 다루는 '메트로 2034'도 출간되어 있으니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궁금증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4.09.1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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