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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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을 읽고 나서 로마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 버렸는데, 두번째 권을 읽고 나서는 진정 로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은 한니발이 거의 로마를 멸망시킬 수 있었는데, 우둔한 카르타고 본국이 자신들이 위험해짐에 따라 한니발을 불러 들어서 한니발이 어쩔 수 없이 회군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못 알았습니다. 한니발이 회군한 것은 우세한 상황이 아니고, 이탈리아 남부에 갇혀서 더 이상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로마와 카르타고간의 휴전이 성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니발은 전쟁의 천재입니다. 이때까지 지중해를 포함한 서양에서 전쟁의 천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알렉산드로스와 한니발 두명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니발은 다른 한 명이 더 있다고 했지만, 자세한 묘사가 없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와 마찬가지로 국가 체제와 국민들의 성숙된 의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아무리 전쟁의 천재라고 해도 종국에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많은 전투에서 10만명이 넘는 로마군, 10명이 넘는 집정관이 죽고, 한니발이 남부 이탈리아 전역을 유린했다고 해도 결국 한니발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니발을 물리쳤던 것은 로마가 가진 75만명의 군대 동원 능력, 지휘관이 죽어도 그 다음 전투를 이어 갈 수 있는 지휘관을 배출하는 사회의 힘, 돈만 보고 싸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도시와 로마를 지키기 위한 동맹군의 능력 등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부장도 없는 한니발에 맞서 로마를 지켜낸 집정관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6년 동안이나 이들과 싸워서 로마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한니발은 정녕 천재였던 것이었고, 단 한 명과 싸우기 위해 로마는 엄청난 지휘관들의 희생이 뒤따랐던 것입니다.


1.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 기원전 218년 집정관 임명됨, 트레비아 전투에서 패배

- 기원전 217년 전직 집정관 임명됨, 에스파냐에 파견됨

- 기원전 211년 에스파냐에서 전사함


2. 티베리우스 셈프로니우스 롱구스

- 기원전 218년 집정관, 트레비아 전투에서 패배함

- 다시는 집정관에 선출되지 못함


3. 플라미니우스

- 기원전 217년 집정관 임명됨. 트라시메노 전투에서 패배하고 전사함


4. 파비우스 막시무스

- 기원전 217년 독재관 임명됨

- 기원전 215년 집정관 임명됨


5. 아이밀리우스 파울루스

- 기원전 216년 집정관 임명됨.

- 기원전 216년 칸나이 전투에서 패배하고 전사함


6. 테렌티우스 바로

- 기원전 216년 집정관 임명됨

- 기원전 216년 칸나이 전투에서 패배


7. 클라우디우스 마르켈루수

- 기원전 215년 집정관 임명됨

- 기원전 211년 시칠리아 사라쿠사 탈환 성공함

- 기원전 209년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에서 전사함


8. 셈프로니우스 그라쿠스

- 기원전 215년 집정관 임명됨

- 기원전 212년 이탈리아 남부에서 함정에 빠져 전사함


9. 발레리우스 레비누스

- 기원전 215년 집정관 임명됨


 10. 클라우디우스 네로

- 기원전 207년 집정관 임명됨


반면에 카르타고는 돈으로 용병을 사고, 통일된 힘을 안보이고, 내부 분열로 계속 싸우고, 강압적으로 주변국을 다루었기 때문에 국가 시스템 측면에서 이미 로마의 상대가 안되었습니다. 


결국, 한니발은 로마의 희대의 명장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게 북아프리카 자마 전투에서 패배를 당함으로써 역사에서 멀어집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도 정말 명장이기는 하지만, 그에게는 로마가 있었고, 한니발에게는 로마가 없었기 때문에 한니발을 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명 모두 국가에 배신당하고, 기원전 183년 같은 해에 사망합니다. 스키피오는 탄핵을 받고, 축출당한 후 지중해 연안의 자택에서 병으로 죽고, 한니발은 카르타고에서 도망친 후 숨어지내던 곳에서 자살을 합니다. 국가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영웅이나 국가를 지켜낸 영웅이나 결국 결말은 비참하게 끝납니다. 어찌 보면, 국가와 국민은 간사한 존재인거 같습니다. 어려울 때는 영웅을 찾다가 어려움이 없어지면, 영웅을 버리는.. 이런 역사는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에스파냐, 북아프리카, 그리스, 마케도니아, 시리아 등 지중해 연안의 중요 전투 지역을 돌아 다녔습니다. 전쟁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닌 국가 전체의 융축된 힘이 발휘될 때 승리로 끝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전투가 아니고, 전쟁이라는 사실도요. 


이제 지중해를 손에 얻게 된 로마의 앞날이 어찌 될지.. 어서 3권을 펼쳐 보아야 하겠습니다. 


2014.08.21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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