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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안타까움에 가슴 한구석이 계속 짠했다. 공지영 작가만큼 표현력이 없어서 뭐라 더 말하기는 힘들지만, 안타까움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모자르지 않을까 싶다.
요한과 김소희의 사랑.. 약 2개월만에 10년 동안의 사랑을 지워버리고 찾아온 그들만의 사랑은 정녕 운명의 장난인가. 모든 바깥의 세상과 단절된 느낌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키우지만, 바깥 현실로 나오면서 각자의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10년만에 다시 찾아와서 만나려고 하는 김소희를 과연 요한이 만날까 만나지 않을까 이것이 너무 궁금했고, 이런 궁금증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풀릴 수 있었다.
토마스 신부, 요한의 할머니, 뉴저지 수도원의 수녀분의 과거 회상을 통해 한반도의 어두웠던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한 점은 역시 공지영 작가다운 모습이다. 서정적이지만은 않은 모습. 평상시에 현실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고, 뭔가 도움을 주려는 모습 등이 나에게 있어서 그녀를 존경하는 공인으로 생각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요한과 김소희의 10년만의 만남이 너무 궁금해서 과거 회상은 대충 읽고 넘어갔다. 나중에 시간내서 이 부분을 다시 읽어 봐야지.
안타까움에 몸서리치게 한 또 하나는 미카엘과 그를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 수도원에 들어와서 힘든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수도원 바깥으로 나가 뭔가 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카엘을 보면서 박수를 쳐주면서도 왠지 그의 마음이 다칠 거 같은 생각에 안타까웠다. 정녕 힘든자를 위해서 애쓸 것이면, 모든 것을 다가진 그를 사랑한 여자의 도움을 받아서 경제적인 도움을 더 많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수도원 안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마음의 평안? 나 역시 미카엘과 같은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미카엘을 사랑한 여자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그 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좋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카엘의 한 그말.. 성당에 나와서 무료봉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을 나누어 주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힘든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내치는 사람들이 과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성당, 교회, 절 등을 다니면서도 악한 짓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나님의 뜻대로 산다는 거.. 쉽지 않은 일임을 나도 알기에 누구를 욕할 수 있을지 가슴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