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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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로자의 저공비행'이라는 알라딘 서재를 운영 중인데, 이 서재는 매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다. 서재 지수가 무려 1,700,000 점이 넘는다. 주로 러시아 문학 관련 이야기가 많지만, 다양한 분야의 소감문이 있고,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하는 바에 공감을 많이 느껴서 그의 서재를 좋아한다.


이 책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가 읽고, 여러 매체에 기고한 서평을 묶여서 만든 책이다.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읽거나 가지고 있는 책은 소수이다. 정치, 경재, 사회, 문화 등에 대해서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의 넓은 관심사와 식견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 독서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하나의 분야에 대해 입문서, 전문서, 서로 상반된 견해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첫 번째로 선택한 주제는 책에 관한 것이다.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는 독서력 부재에 연결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독서력이 높다고 정의할 수 없다. 독서력은 책을 읽는 정도에 따라 결정되고, 시간이 걸린다. 꾸준한 독서가 습관으로 형성되어야 독서력이 높아질 수 있다. 여행을 떠나 직접 그 장소에 가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그 장소에 얽힌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여정이 여행에 뒤처진다고 볼 수 없다. 독서력을 키워 평상시에 책과 함께 하고, 직접 여행을 하면서도 책과 함께 한다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양도세를 높이는 법안에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도 반대를 했다는 기사를 기억하니 자기를 식별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이 지하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인 무료 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그에게 투표하는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통합이 긴급한 정치의 화두로 제기될 만큼 분리의 장벽이 높다. 통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흔히 하는 말로 먹고사는 문제가 이념보다 중요하다면 선거를 다시금 문화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의 장으로 돌림으로써 가능하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선동대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는 KFC를 지지하는 병아리와 다름없다"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계급 투표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누구인지 식별하고 이익을 계산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국민 통합도 불가능하지 않다.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 통합이 아니라 부자는 부자 정당에, 가난한 사람은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통합이다.  <P.379>


저자는 일부 책에 대해서 원서와 비교하여 번역이 잘못된 것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어떤 번역서는 상반된 의미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이는 독자가 심각한 생각의 오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번역가의 양심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많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제목 선정을 책 제목으로 하지 않았다. 책을 온전히 읽고, 이해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생각한 후에 서평 제목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서평 제목만 선정하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책을 읽고, 바로 서평을 쓴다고 해도 전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다시 책 내용을 숙고하고, 읽는 동안에도 흐름을 파악하면서 중간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책을 빨리 읽고, 매월 캘린더에 읽은 책 한 권을 더 추가하고 싶은 마음도 정리할 여유를 뺏고 빨리 다음 책으로 넘어가게 이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구분하는데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고,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과감하게 읽지 않을 책을 버리는 선택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모든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책 중에서 내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을 발견할 때 뿌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력을 높이는 실천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정리하고,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오늘도 꾸준하게 책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2023.10.15 Ex. Libris. HJK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책이 필요한가.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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