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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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백온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작가의 책 중에 내가 읽은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출 청소년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이다. 그들의 배경과 가출 이유보다는 사회적으로 험한 모습, 심지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시스템적으로 가출 청소년에 대한 보호는 부족한 상태이다. 이 책에서 그들만의 아지트를 꾸미고,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모습도 나오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에서 역시 그들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2가지에 대해 생각했다.

첫 번째는 그들은 왜 가출하는가이다.
부모의 폭행, 무시, 무관심, 멸시 등을 못 견디고, 가출했었을 수 있다. 아니면 숨이 막힌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 가장 양육기간이 길다고 한다. 과거에는 많은 보호가 필요했지만, 요즘 인터넷 발달, SNS 발달 등으로 비롯된 가치관 형성, 즉 독립심이 예전보다 일찍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원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청소년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니 여기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가 아닌 나도 잘 모르지만,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위험한 말이 "자식 하나 있는데, 이것도 못해줘?"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지면, 내가 해주는 것이 이 정도인데, 이것밖에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부모는 실망하고, 그들을 무시할 거 같다.

두 번째는 가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집과 동일한 환경을 강요한다면 가출 청소년들의 반발심은 커지고, 안 좋은 환경, 심지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어진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사회에서 어른이라는 존재들이 가출 청소년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도 문제이다.
가출 청소년을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는 시도보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소한 최저 시급이라도 보장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없을까? 미성년자라고 무조건 못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정당한 노동을 한다면 보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떨까?
물론, 영국의 산업시대처럼 무자비한 아동 노동력 착취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당장 오늘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는데,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는가?

나도 이런 생각들이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을 안다. 복잡한 상황과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이라도 안정되고 정상적인 일거리가 있다면, 그들은 약간의 희망이라도 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호 시설에서 너무 규율을 앞세우지 말고, 그저 잠만 잘 수 있고, 그들의 일거리를 주선해서 보호 시설을 떠나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미래와 희망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시간을 줄 수 있으면 어떨까?

그저 소설을 읽고, 고민할 내용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다. 단지 한 명 독자의 주제넘는 의견이라고 말해도 대응할 말은 없다.


2023.10.1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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