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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데리안 - 한 군인의 회상
하인츠 구데리안 지음, 이수영 옮김 / 길찾기 / 2014년 12월
평점 :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국방군 소속 장군 중에 가장 관심 있었던 3명이 있었다. 그들은 롬멜, 구데리안, 만슈타인이다.
일전에 <롬멜 전사록>을 읽었고, 이번에 <구데리안>을 읽었다. <롬멜 전사록>은 B.H. 리델 하트라고 쓴 책인데, <구데리안>은 구데리안 본인이 직접 쓴 자서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은 히틀러이다. 독일 국방군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독일군은 누구를 위해서 싸운 것일까? 히틀러를 위해? 자신들의 조국 독일을 위해?
한 국가의 지도자는 한 국가를 번영으로 이끌기도, 수렁으로 이끌기도 한다. 지도자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 한국인들도 불과 몇 년 전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1940년 5월 10일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할 때 구데리안과 롬멜은 같은 전선에 있었다. 만슈타인은 프랑스 침공 작전을 설계했지만, 히틀러의 미움을 받아서 해임되었기 때문에 프랑스 침공 당시 그에 대한 기록은 없다.
구데리안은 A집단군 제22기갑군 제19기갑군단장이었고, 제19기갑군단에는 제1기갑사단, 제2기갑사단, 제10기갑사단, 그로스도이칠란트 보병연대가 배속되어 있었다.
롬멜은 A집단군 제4군 제15기갑군단 제7사단장이었다. 제7사단에는 제25기갑연대, 제37기갑정찰대대, 제6차량화보병연대, 제7차량화보병연대, 제7오토바이대대 등이 배속되어 있었다.
구데리안이 속한 제22기갑군이 프랑스 세당을 관통하는 주공이었고, 롬멜이 속한 제15기갑군단은 북쪽에서 조공의 역할이었다. 이들은 프랑스를 가로질러 대서양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서로 만난 적은 없다.
이후 롬멜은 1941년 2월 6일 아프리카 군단장이 되어서 아프리카로 향한다. 말이 군단이지 1개 경장비사단과 1개 기갑사단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고, 제5경사단, 제15기갑사단이 추후 배치되었다.
구데리안은 좀 더 늦은 1941년 6월 22일 중부집단군 제2기갑집단을 맡아서 소련 침공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제2기갑집단에는 제24기갑군단, 제46기갑군단, 제47기갑군단, 기갑집단 직할부대가 배속되었다. 중부집단군의 역할은 겨울이 오기 전에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것이었다.
소련 침공은 확실히 도박이었다. 히틀러의 고집과 무지로 인한 도박은 엄청난 희생으로 돌아왔다. 만약, 구데리안과 롬멜의 생각대로 북아프리카를 통해 이집트로 진격해서 지중해를 손에 넣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 향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상상하는 것도 역사를 알아 가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1941년 동계 바르바로사 작전(모스크바 함락) 실패 후 구데리안이 제2기갑군에서 해임되고, 1943년 1월 볼가강에 위치한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 남부집단군 제6군이 포위되어 항복을 한 후 1943년 2월에 구데리안은 기갑 총감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1944년 6월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한 후 1944년 7월에 구데리안은 독일군 육군 총사령부 참모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구데리안은 끊임없이 히틀러에게 직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미움을 많이 받았지만, 능력 때문에 계속 해임과 임명을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전쟁에 대한 히틀러의 무식, 히틀러의 편협된 고집, 히틀러 주변에서 아첨을 일삼던 괴링, 힘러, 보어만 같은 인물, 그리고, 독일 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전장 범위의 확대 등으로 인해 독일은 끝내 패전한다.
모스크바 함락 실패 후 순차적으로 후퇴하면서 전장 범위를 좁히고, 기갑사단들의 궤멸을 막았다면, 전쟁에서 승리는 못했어도 강화 조약을 맺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강화 조약 후에도 히틀러가 계속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인류 전체를 위해 베를린이 철저하게 함락된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히틀러가 사라지지 않으면 독일은 항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롬멜은 히틀러 암살에 관여한 일로 발각된 후에 자살을 한다. 사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롬멜은 히틀러가 명령한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 국방군의 신화같은 인물인 롬멜이 히틀러 암살에 관여한 것을 숨기기 위해 히틀러의 꼼수였다.
구데리안은 히틀러 암살 제의를 거부했고, 어찌 하면 전쟁을 종료하고 독일을 보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히틀러에게 끊임없이 직언을 하지만, 이미 미쳐 버린 히틀러는 전혀 듣지 않았다.
군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롬멜이나 구데리안은 멋있는 군인이다. 그들은 무장친위대 SS사단이 아닌 국방군 소속이었기 때문에 오로지 전투를 통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군인이었다. 물론, 현재까지의 밝혀진 자료에 의한 것이다.
유태인이나 슬라브인들을 말살하기 위한 인종 청소 등을 수행한 군인들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그들에 대한 책이 출간되는 것이 아닐까? 유태인 생체 실험을 한 멩겔레 같은 쓰레기 인간과 같이 취급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은 1940년 아르헨 공세로 시작되는 지헬슈니트 계획을 설계하고, 나중에 독소전쟁에서 돈집단군 사령관으로 부임해서 독일 제6군을 구출하지 못했지만, 쿠르스크에서 남부집단군을 맡아서 소련군을 저지했던 만슈타인에 관한 평전이다.
만약 만슈타인, 구데리안, 롬멜이 하나의 독일 집단군 안에 있었다면 어떻게 전투를 했을까? 기갑사단 위주의 공세를 주도하기를 좋아했던 그들이 하나의 목표로 서로 협력했다면 엄청난 군대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즘 Think Again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Think Again이 왜 중요한지 아래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히틀러는 그 뒤에도 여러 번 시무룩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왜 모든 일이 실패만 하는지 도통 모르겠소." 나는 매번 "방법을 바꾸십시오."라고 말했지만 히틀러는 그 대답을 듣지 않았다.(P.465)
2021.06.05 Ex. Libris. HJK
운명은 우리 세대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게 했고, 두 번 모두 독일 민족의 패배로 끝나게 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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