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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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특정 행동이나 정신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쓴 책은 재미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로 인해 일종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접할 때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이라고 표현한 행위 중독에 대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가 미처 중독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사실 중독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를 통해 행위 중독이 뭔지 파악해 보자.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P.23)


여기까지 읽으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섯 가지를 보면, 왠지 자기계발을 해야 할 때 필요한 요소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은 어떤 행위가 주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때만 그 행위는 중독성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중독은 해롭고 떨쳐 버리기 힘든 경험에 대한 깊은 애착이고, 행위 중독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욕구를 채워 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해를 끼치는 어떤 행위를 거부할 수 없을 때 발생하다는 것이다. 즉, 개인마다 자기계발로 자신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큰 것인지, 아니면 순간의 심리적 욕구만 채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해인 것인지 판단하고, 자기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분을 해서 행위 중독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는 행동들이 무엇인지 알아보면 자기가 행위 중독인지를 판단할 때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 행위 중독이라고 부를만한 범주를 5개 정도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목표 중독이다. 

목표가 있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슨 중독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적절한 선을 지키며 세운 목표는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한정된 시간과 열정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목표가 우격다짐으로 우리 삶을 파고든다. 소셜 미디어에 계정을 만들고 나면 곧 팔로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메일 계정을 만들면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을 절대 남겨 놓으면 안 된다. 피트니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면 날마다 특정한 수만큼 발걸음을 떼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지금까지 달성한 최고 점수를 갱신해야 직성이 풀린다. (P.149)


장기적인 관점에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목표를 본인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정해야 한다. 그리고, 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지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요즘 하루에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주 중에 평균적으로 8천 보 정도 걷는데, 퇴근 후 집에 오면서 나머지 2천 보를 어떻게 채울까 고민한다. 어느 날 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식사 준비해 놓았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듣는 순간 2천 보 더 걸어야 하는데, 전화한 와이프에게 짜증이 났다. 

주말에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2만 보를 걸어볼까 하다가 만 7 천보 정도에서 멈추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는 이유는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함인데, 너무 목표에 집중하니 목적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피드백 중독이다.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가지고 어떻게 게이머의 돈을 착취할까?


대개 알고리듬은 수수방관하면서 기계가 무작위로 결과를 뱉어 내게 내버려 두지만, 게이머가 고통스러운 지점에 다다르면 그때는 개입한다. "결과가 형편없다고 감지하면 Bar, 버찌, Bar가 나오는 대신 '땡그랑' 소리가 나면서 세 개 모두 Bar가 나오게 됩니다. Bar 세 개면 잭팟이죠." 이때 따는 돈은 이 게이머가 지금까지 계속 잃은 돈에서 조금씩 모아 둔 '마케팅 보너스 자금'이다. (P.169)


결국, 게이머는 자신의 돈을 받으면서 잭팟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을 한다. 또, 다시 잭팟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출장으로 라스베이거스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약 100달러 정도를 가지고 슬롯머신을 했는데, 중간중간 잭팟이 터지기는 했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모두 탕진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중간에 본전보다 많이 벌기도 했지만, 100달러 더 벌었다고 그만 두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


레고, 플레이 모빌, 책 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레고 카페, 플레이 모빌 카페, 인스타그램, 알라딘 서재 등 여기저기 글을 올린다. 누군가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거나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것을 매일 확인하는 나 자신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까지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면, 이건 분명 중독이다. 


세 번째는 향상 중독이다.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떤 능력이냐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실패는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하리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중략> 안타까운 실패는 성공에 가까이 다가갔으므로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하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열심히 연습하면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런 신호가 무의미할 때가 있다. 특히 게임이 순전히 운에 좌우될 때 그렇다. <중략> 잭팟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지만 안타까운 실패와 분명한 실패는 사실 아무 차이도 없다. 둘 다 앞으로 잭팟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거나 낮다고 해석할 수 있는 신호가 아니다. (P.225)


네 번째는 미결 중독이다. 

예전에 <빙의>라는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접한 적이 있다. 주말에 우연히 이 드라마를 접하고, 주말에 전편을 모두 봤다. 넷플릭스는 한 에피소드가 끝난 후 5초 후에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기 때문에 한 에피소드에서 끊긴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볼 수밖에 없었다. 하루 10시간 넘게 드라마만 본 기억이 난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결말이 너무 거지 같아서 끝까지 본 것을 후회했다.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다섯 번째는 관계 중독이다.


2015년 5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닌 열여덟 살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SNS 스타 에세나 오닐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의 화려한 사진 뒤에 숨은 진실을 폭로했다. <중략>

"진짜 인생이 아니다. 복부가 멋있게 보이게 하려고 비슷한 자세로 100장 넘게 찍었다. 그날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으라고 동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목표 달성" <중략>

오닐은 마지막 포스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대 시절 대부분을 소셜 미디어, 다른 사람들의 인정, 사회적 지위, 외모에 중독된 채 보냈다. 소셜 미디어는 억지로 꾸며 낸 이미지와 편집한 영상을 평가해 서로 등급을 매긴다. 사회적 인정, 좋아요, 검증, 많은 팔로어가 판단 근거가 된다. 자기도취적인 완벽하게 조작된 평가다." (P.270)


어떤 사람들은 5가지 유형의 중독을 읽고, 나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뭐 이 정도를 중독이라고 부르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행위 중독을 판단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본인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뭐라 할 자격이 있겠는가? 하지만, 만약 본인이 뭔가 개선하고 바꾸고 싶다면, 이제 어떻게 해독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딸아이가 있기 때문에 유아 매체 소비에 대한 다음의 내용이 별로 도움이 안 되지만, 아직 어린 자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이 책에 나와 있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부모는 자녀가 화면 세계에서 보는 것과 실제 세계에서 하는 체험을 연관 짓게끔 도와야 한다.

2.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즉, 아이들이 행위하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부모와 소통하게끔 도와주는 컨텐츠가 훨씬 낫다.

3. 시청 시간은 언제나 기기 자체보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식사를 하기 위해 무작정 아이에게 콘텐츠를 보여주고 관심을 끊는 것보다 콘텐츠에 나오는 내용을 직접 해보거나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는 소통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행위 중독 몇 가지를 고쳐보기로 했다.

자기 전에 잭 코크 한 잔씩 마셨다. 뭔가 하루를 마감했고, 수고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고, 왠지 잠이 더 잘 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에 뭔가 개운하지 않고, 내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습관은 신호, 루틴, 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촉발하는 신호가 있을 때 그 행동을 하고, 결과로 어떤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습관이나 행동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수고했다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싶을 때(신호) 잭 코크 한 잔을 마시는 것(나쁜 루틴)이 아니고, 팔굽혀 펴기나 일기 쓰기 또는 명상(좋은 루틴) 등을 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보상)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주의 전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지 않고, 알람 시계를 이용하기로 한 것과 넷플릭스를 볼 때 한 에피소드를 다 보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전까지만 보기로 한 것들은 '환경 설계'라는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미드 <브레이크 베드>에서 주인공이 사막에서 마약을 제조하다가 차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결국 주인공이 온갖 고초를 겪고 온 후에 무사히 돌아온다. 그런데, 암 치료 결과가 호전되었다는 병원 결과를 듣게 되는데.. 이제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해진다. 주인공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암으로 죽을 것이라 생각해서 마약을 제조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 만약, 사막에서 무사히 돌아온다는 부분까지만 보고, 넷플릭스를 껐다면, 그 다음 에피소드는 궁금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 설계'를 통해 넷플릭스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부분을 회피할 수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우리 모두의 나아갈 방향이다. 


중독 체험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대개 문화적 요인에 좌우된다. 우리 문화가 일과 게임과 기기 화면에서 자유로운 시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시간을 누리는 환경을 조정한다면 우리와 우리 자녀들도 행위 중독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라면 우리는 기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 마주보며 직접 소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유대감의 불빛은 기기 화면의 불빛이 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것이다. (P. 385)


본인이 중독인지 한 번 판단한 후 중독이라고 생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2019.11.2 Ex. Libris HJK


2010년 1월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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