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튜던트 - 배움의 재발견
마이클 S. 로스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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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00년 대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많은 이들의 등용문이자 사회적 위치를 획득하는 좋은 수단이었으며 충분한 수입을 보장하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문학교 진학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다리와 마찬가지였으며, 동시에 많은 이들의 목표가 되었다.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수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부었으며 부모들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AI가 발전하게 된 지금, 사람들이 하던 일의 많은 부분을 AI가 대체하게 되면서 '교육'은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현 시대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현대인에게 '배움'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교육에 있어서 어떤 가치와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 <더 스튜던트>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속 학생들의 모습과 배움의 발전과정에 대해 알아보면서 현대의 학습자들이 배움의 방식, 목적, 주체성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AI시대를 맞이하여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마이클 S.로스는 오랫동안 교사이자 학생이었다. 역사학 박사 과정에 진학한 이후에는 학부생들을 가르쳤으며 배움과 가르침을 모두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뛰어난 교사는 학생의 도전을 즐긴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후 늘 학생으로서 배우는 것을 즐겼다. 웨슬리언 대학의 총장직을 맡은 이후 그는 배움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다정한 공통체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경험을 하고 그를 통해 주체성, 다른 사람과의 관계, 궁극적으로 자유를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배움과 발견, 근본적인 변화에 열린 학생이 되기 위해 <더 스튜던트>에서는 기원전 6세기부터 현대사회까지 교육의 발전 과정, 학생이 된다는 것, 배움의 의미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공자, 소크라테스,예수 등 예전부터 세계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졌던 이들의 삶과 가르침의 의미를 알아보고 근대 이전의 배움, 근대적 학생의 등장, 대학에서 학생들의 변천사와 학생들의 역할, 배움의 진정한 의미 등에 대해 하나씩 짚어나간다.

학생이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다른 사람에게서 배움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생이란 더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존재다.


-<더 스튜던트> 서문 중에서-


<더 스튜던트>에서는 광범위한 배움의 역사를 다루지만 '교육사'에 대한 책이 아니므로 모든 교육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배움'에 초점을 두고 실제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 주목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배움을 얻어 목적의식과 주체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다.


1장에서는 추종자, 대담자, 종교적 제자라는 세 가지의 학생 유형을 다루는데 각각 공자와 소크라테스, 예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의 학생들은 스승과 대화를 하며 스스로 성찰하며 '깨우침'을 얻게 된다. 그들이 실천한 자기 인식은 배움을 자유에 이르는 길로 보기 때문에 현대 교육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 을 하고 있다.


전근대 유럽에서 배움의 의미, 도제 견습과 같은 공식적인 교육제도와 성차별, 중세 시대의 기초교육과 노예제도, 이마누엘 칸트의 '계몽',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교육에 미친 영향, 다양한 교육 이론과 그 목적,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됨으로써 독립적으로 살도록 촉구한 '랠프 월도 에머슨'의 주장, 급변하는 미국사회에서 여성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교육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생이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탐구하면서 가르침을 얻고 그 가르침에 창의적으로 반응하는 상태를 말한다.

-<더 스튜던트> 중에서-


또한 현대의 고등교육 방법과 이에 대한 비판, 명문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과 이들이 추구하는 교육적 성과, 능력주의의 불평등의 심화 같은 최근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러한 논쟁은 미국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주제이다. 대학이 가진 계층 상승의 양면성, 학생이 아니지만 학습자가 된 많은 현대인들, 학자들이 생각하는 '능동적 교육'과 학습자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현대에 와서 더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된 '배움'과 '학습자', 이 책을 읽으며 학생이 진정으로 추구해 나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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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일본어 문법 한권으로 끝내기
김성곤 지음, 백송종 감수 / 다락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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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외국어 중 하나가 일본어이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고 옆 나라이다 보니 공통으로 쓰는 말도 많고 은근히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어 공부를 깊게 하다 보면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와 달리 한자표기를 훨씬 많이 쓰는 편이고 음독, 훈독 구분에 문법마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일본어 문법은 중급부터 급격히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초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니메이션도 자주 보고 일본 여행도 쉽게 갈 수 있다 보니 기초를 할 때에는 문법을 정확히 공부하지 않아도 대략 알아듣거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다 보면 초급 부분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이런 구멍이 여러 개가 쌓이다 보면 뭐가 뭔지 헷갈리게 된다. 


<일본어 문법 한 권으로 끝내기>는 일본어 문법에 대한 내용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갈 수 있는 책으로, 일본어 문법이 차례대로 나와 있어 백과사전처럼 두고 찾아보는 용도로도 유용하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문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혼자 공부하는 학습자'들에게 추천한다. 


<일본어 문법 한 권으로 끝내기>는 일본어 능력 시험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제시하여 표기해 놓았다. 해당 문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시험 준비를 하는 학습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또한 기초부터 고급 표현까지 다 나와 있을 뿐 아니라  문법 의미와 사용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예문을 표기해 놓았다. 일본어 공부를 하다가 문법적으로 애매모호한 부분이 생기면 모르는 부분을 찾아볼 때 사용하기 좋다.

<일본어 문법 한 권으로 끝내기>의 가장 앞 부분에서는 기초적인 문법 내용이 나와 있다. 문장 구조부터 문장 구성, 품사 분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이후 명사와 수사, 대명사, 형용사, 동사 등을 다루고 자동사와 타동사, 의지형과 명령형, 수수표현, 수동형, 사역형과 사역 수동형 등의 심화 내용에 대해서도 다룬다. 

일반 일본어 문법책에서는 학습자가 당연히 아는 것으로 생각하고 생략하는 부분도 이 책에는 모두 나와 있다. 예를 들면 명사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명사의 종류는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다 배우는 것이지만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명사의 기본 표현, 기타 표현도 하나씩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으며 모든 문법 표현에는 예문이 여러 개 나와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팁을 꼼꼼히 읽으면 혼자 공부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모두 챙길 수 있다. 


무엇보다 문법책이지만 음원을 제공한다는 점이 너무 만족스럽다. 언어는 듣고 따라하며 익혀야 하는데 문법책들은 대부분 음원을 주지 않는다. 문법 책에도 다양한 예문이 나오는데 음원이 없어 곤란한 때가 많았는데 <일본어 문법 한 권으로 끝내기>는 음원을 모두 챙겨줘서 듣기와 말하기 연습도 동시에 할 수 있다. 문법책이지만 제대로 공부한다면 여러 분야를 함께 공부하여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어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법이 나왔을 때 놓치지 않고 언제든 찾아보고 싶다면, 문법을 처음부터 하나씩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음원도 듣고 싶다면 <일본어 문법 한 권으로 끝내기>를 옆에 두고 공부하기 바란다. 이 한 권으로 일본어 문법을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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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종이비행기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37
김성찬 그림, 김경화 글, 권은정 기획 / 한솔수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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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소연하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는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해요, 하루 종일 핸드폰만 잡고 살아요."

"게임 중독 같아요.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숨겨도 소용이 없어요."


상당수의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절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아이들끼리 놀이터에 모여서 신나게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구석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기도 한다. 현실에서 도피하는 방법으로 '게임'과 '핸드폰'을 선택한 아이들도 많다.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다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났어요.

바로 하얀 종이비행기였지요.


그림책 <나의 다정한 종이비행기>는 여느 아이들처럼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문득 '하얀 종이비행기'에 마음을 주게 된 아이의 이야기이다. 탱크와 총을 든 군인들이 나오는 컴퓨터 화면 위로 떠오른 투박한 종이비행기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너도 온종일

컴퓨터 안에서 답답하겠다."

나는 종이비행기를

컴퓨터 밖으로 불러냈어요.


아이는 화면에 그려진 종이비행기와 똑같은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무심한 듯한 눈빛, 그러나 하나하나 모든 과정에 정성을 쏟으며 섬세하게 만든다. 컴퓨터 안에서 답답했을 거라던 종이비행기, 그러나 온종일 컴퓨터를 하면서 정말 답답했던 것은 아이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왜 아이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문득 종이비행기를 컴퓨터 밖으로 꺼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슝!

창밖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냈어요.

"멀리멀리 날아라! 멋진 여행해라!"


소년이 진심으로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아직 젊은 나이... 아니 어린 나이, 세상 어디로든 나가서 멋진 여행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종이 비행기는 세상 밖으로 나가 여러 곳을 날아다닌다. 골목 사이사이, 동네 곳곳 답답했던 방을 떠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닌다.


다정한 바람이 도와준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한없이 갈 수 있어요.


시처럼 느껴지는 <나의 다정한 종이비행기> 속의 문구. 다정한 바람과 착한 친구들을 포함하여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조금씩 도와준다면 아이들은 그림책 속의 '종이비행기'처럼 어디든 한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나는 세상 여행을 했노라고, 집에 돌아와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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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양자물질 - 극저온의 액체헬륨부터 위상수학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17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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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마다 감탄하고 또 감탄하는 과학도서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시리즈 신간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양자물질> 편이 나왔다. 점점 끝을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리즈의 완결이 기대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언제 또 이런 책이 또 나올까 싶기도 하고 지금이나마 이 책이 출간된 것이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 양자물질> 에서는 홀 효과에 대한 논문, 액체 헬륨의 초전도성을 알아낸 오너스 논문, 초전도체 이론을 밝힌 바딘-쿠퍼-슈리퍼의 논문, 양자 홀 효과에 대한 논문, 그리고 위상물질 이론에 관한 논문 등을 다루었다고 한다. 초유동성과 초전도성으로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기 때문에 수소, 산소, 헬륨과 같은 물질을 액화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다루고 탄소를 이용한 양자물질 그래핀, 탄소 나노 튜브 등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는 2016년 위상물질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업적과 논문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양자물질 등에 관심이 많았으나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했던 이들, 영재고나 과학고 또는 이공계 진학을 마음 먹은 학생들, 과학적 호기심으로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었던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 양자물질>은 단비같은 책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 양자물질> 초반 부분에는 현대 위상물질 이론의 창시자 홀데인 교수의 제자인 '아슈빈 비슈나와트' 하버드 대학 교수와의 인터뷰가 나와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시리즈는 책마다 이렇게 저명한 과학자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볼 때마다 이런 분들을 어떻게 섭외했지 하는 놀라움이 생긴다. 과학도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은 이런 인터뷰를 보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홀데인 교수님의 개인적인 성격, 수업 방식이나 사고하는 과정을 가볍게 이야기하고 1988년 논문에 대해서 소개한다. 양자 홀 효과 하면 떠오르는 조건은 강한 자기장이라고 한다. 전자가 평면 안에서 움직일 때 자기장이 있으면 전자의 궤도가 원을 그리며 양자화되고 전도도가 정수 단위로 떨어지듯 나타난다. 이를 정수 양자 홀 효과라고 한다. 홀데인 교수의 논문(양자물질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기 바란다)은 전통적인 '양자홀 효과'개념에 반기를 드는 내용으로 당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2004년 실험물리학자들이 그래핀이라는 벌집 격자 구조를 가진 물질을 얻게 되면서 검증되었다. 이것이 바로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의 시초라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 양자물질>에서는 바로 이 논문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첫 번째로 액체헬륨과 초유동성의 발견에 대해 알아본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온도에서 기체를 액화시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액체헬륨의 발견, 액체 헬륨이 보여주는 신기한 현상인 초유체(점성이 없는 액체)와 초유체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현미경의 발달을 짚어보며 전자의 양자역학적 터널링을 이용한 주사터널링 현미경의 원리, 초전도 이론의 발달 과정,  양자 자석, 양자 홀 효과와 그래핀, 그리고 위상수학에서 다루던 수학적 직관을 물리적인 통찰력으로 이끌어낸 과정까지 살펴본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과학적 호기심을 가지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홀데인 교수의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그 내용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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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 -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도모다 아케미 지음, 이은미 옮김 / 퍼스트페이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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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 자체를 고민하거나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을까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이를 갖지 않고 싶은 이유로는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무섭다, 내 아이에게 풍족하게 해 주지 못할 바에는 낳지 않겠다 등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의 깊은 속내를 찬찬히 들어보면 상당수가 어린시절 부모로 인해 커다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또는 올바른 양육을 할 자신이 없어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고딩엄빠>, <금쪽같은 내새끼> 등 잘못된 양육 방법으로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사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는 부모의 태도와 자녀의 정서 발달을 뇌과학으로 증명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일본 최고의 뇌과학자이자 아동마음발달연구센터장 겸 교수이며 아동마음발달진료센터 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학대 피해 아동을 만난 것을 계기로 '아동 학대와 뇌의 발달'을 연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크고 작은 학대가 아이의 뇌에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 발견했다고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의 상처입은 뇌와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살폈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는 뇌와 마음의 밀접한 관계를 알아보고 부모의 잘못된 태도로 인해 아이들의 뇌가 어떻게 손상되는지 이야기한다. 


발달 과정을 보면 뇌가 외부의 영향에 특히 민감해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있는데, 바로 태아기, 영유아기, 사춘기이다. 즉 뇌의 건전한 발달에는 인생의 초기단계에 부모나 양육자에게 받는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의 섬세한 뇌는 고통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형해버린다.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기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정상적인 발달을 해치고, 무려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긴다고 한다. 충동성이 강해지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고, 자극이 강한 쾌락을 찾거나 알코올 등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또한 사랑과 칭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에는 자기 긍정감이 낮아지고 자율신경계 기능이 떨어져 우울감에 빠지거나 자해를 한다고 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아동학대 뿐 아니라 부모의 '부적절한 태도'도 아이의 뇌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저자는 '학대'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어른이 약자인 아이에게 취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여기서 '멀트리트먼트'라고 명명한다. 예를 들면 말로 하는 협박, 위협, 욕설, 방치나 아이 앞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격렬한 부부싸움도 멀트리트먼트로 간주된다. 이 멀트리트먼트의 횟수가 늘어나거나 정도가 심해지면 아이들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한창 성장중인 뇌가 변형되기도 한다. 


아이의 발달장애라고 하면 '선천적 요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후천적인 요인'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9개월 된 아이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시선도 맞추지 못해 많은 의료진들이 '자폐증'이 의심된다고 하였으나 알고 보니 아이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녔고 할머니가 주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딸과 손주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는 등 일상적으로 심한 폭언을 일삼아왔고 모녀는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는 신체적 학대 뿐 아니라 심리적 멀트리트먼트에 대해서도 다룬다. 심리적 멀트리트먼트는 부모가 무심코 하는 부정적 말들도 해당되는데 예를 들면 "너 같은 건 낳지 말아야 했어" "너만 없었으면 결혼도 안 했을 테고 이따위 고생도 안 했을 텐데" "할 줄 아는 게 뭐니? 차라리 나가 죽는 게 낫겠다" 등등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형제와 지나치게 비교하는 것, 아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더라도 조부모가 부모의 험담을 심하게 하는 것 등도 포함된다. 심지어 이런 말습관이 굳어지면 말을 하는 당사자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자신의 말이 학대에 해당된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한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는 이런 멀트리트먼트에 해당되는 말과 행동을 하나씩 짚어보고 대신 바람직한 양육 방법을 알려준다. 가시 돋힌 말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훈육할 수 있으며 작은 인정과 칭찬은 아이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부부싸움은 아이가 없는 곳에서 해야 한다. 이 밖에도 멀트리트먼트가 뇌에 주는 영향, 이미 상처 받은 아이의 뇌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방법,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양육법, 과거에 상처 입었던 부모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 등에 대해 살펴본다.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를 잘 키울 수는 없다. 다들 부모가 되는 것이 처음이고 낯선 일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 부모로부터 받은 멀트리트먼트가 무의식에 영향을 끼쳐 아이를 잘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는 미숙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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