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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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한국형 공포소설


전통적인 것,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것을 건드리면 때로는 그것이 어마어마한 공포로 찾아오기도 한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은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상갓집에 다녀오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소금을 뿌려 잡귀를 쫓아내야 한다는 등 상갓집에 관련된 미신만 해도 수십가지가 넘는다. 또한 역마살, 도화살 등 무당집에 가면 듣는다는 '살'은 말만 들어도 기분이 꺼림칙해진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장례의식과 무속신앙이 공포소설에 들어가다니 이거야말로 최고의 조합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상갓집'으로 시작한다. 모든 사람에게 지탄받는 사람 '윤식'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우리는 간접적으로 괴상한 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노총각 선생님이 학교에 부임하자 크리스마스에 따라붙어 술을 진탕 먹인 다음 2차로 색시집에 가서 그 비용을 모조리 떠넘긴 놈, 사교성도 없고 결혼식에 축의금도 안 내는 놈 등등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이렇게 박할 수가 없다. 그런 '윤식'이 장례에는 꼬박꼬박 오니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게다가 그가 지나칠 때 났던 냄새는 꼭 생닭 비린내같았다. 이런 성격의 '조윤식'은 경조사 중 왜 하필 '상갓집'만 챙기는 것일까?

첫 번째 상은 황복만 교사의 어머니로 5년 동안 병을 앓아 온 가족을 고생시켰다. 어머니가 죽은 후 황복만의 얼굴은 몰라보게 밝아졌고,  두 번째 상은 장 선생의 외할머니. 역시 살만큼 살다가 돌아가신 분이다. 윤식은 이들이 잘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며 추모를 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예의바른 크리스천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가 입술을 달싹거리며 외우는 것은 주기도문이 아니라 무당이 가르쳐준 주문!


"아주머니, 저의 어머니도 지금 병원에 누워 있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극락왕생하시고 저의 어머니를 좀 죽여주세요."


​이럴 수가, 흉악한 것도 정도가 있지 모통 흉악한 주문이 아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여달라니. 역시 그가 상갓집을 챙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무당이 시킨 행위를 꼭 상갓집 안에서 해야 했던 것. 생닭 피 속에서 무당이 적어 준 이상한 부적을 꺼내 말라붙은 잘린 손가락과 함께 불에 태운다. 상주 측 사람에게 들킬 것이 무서워 본인의 차 르망에서 몰래몰래 태운다. 이 기괴한 행위를 한 뒤 그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로 향해 여자친구를 만난다. 서울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여교사 영희다. 키스는 애무는 하지만 절대 마지막을 주지 않는 여자, 그리고 그가 새엄마를 죽일 수 있는 방도를 알려준 여자.

그런데 이상하지? 이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에 종종 새엄마의 얼굴이 겹쳐진다.

그는 영희를 끌어안으며 이제 이 행위를 2번만 더 채우면 자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영희는 어떻게 그런 비범하고 괴이한 무당집을 아는 걸까 하는 의아함이 들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가 새엄마를 없앨 궁리를 하는 것은 잔인하지만, 윤식의 사연을 듣노라면 조금 측은하기도 하다. 나이답지 않게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새엄마는 윤식의 아버지를 죽였다. 갑자기 모범수로 감옥에서 나온 새엄마가 윤식과 윤식의 누나가 자신을 감옥에 집어 넣었다고 온갖 악다구니를 쓰며 윤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 누나가 걱정할까봐 윤식은 차마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패악질을 다 받아주며 끙끙 앓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새엄마를 죽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인가? 도대체 윤식의 여자친구 영희는 어떤 존재이길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무당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새엄마는 어째서 윤식의 아버지를 죽이고 윤식에게 이런 패악을 저지르며 따라다니는 것일까. 그들이 사는 곳 '다흥'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 수록 독자는 온갖 궁금증을 갖게 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건과 윤식의 사연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 처음엔 한국형 공포 소설이라는 것을 보고 <이끼>나 <곡성>과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뒤로 가면 갈 수록 약간 신비소설 <무>나 <퇴마록>의 느낌이 살짝 났다. 아쉬웠던 점은 이 방대한 스토리가 한 권 안에서 전개되고  마무리되려다 보니 조급하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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