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망 돼지 빨강머리앤 그림책 3
김정하 지음 / 빨강머리앤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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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뽀글머리를 한 할머니가 속싸개에 싸인 까망 돼지를 소중하게 안고 있다. 할머니를 둘러싼 핑크색 배경은 까망 돼지를 향한 가득한 사랑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용도 출간 의도도 너무나 따뜻한 <까망 돼지>는 아주 특별한 그림책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림책 글씨 옆에 붙은 오돌토돌한 라벨 때문이다. <까망 돼지>는 시각 장애 아동들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점자책을 고르고, 자기 손으로 사 읽을 수 있도록 '점자 라벨'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 나는 '점자 라벨'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으며, 시각 장애 아동들이 어떻게 그림책을 읽을 수있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없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문구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책 제목이 <까망 돼지>인 이유는 할매(할머니)가 나를 '까망 돼지'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태몽으로 까망 돼지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책 내내 '나'는 '까망 돼지'의 모습으로 나온다. 몸빼 바지를 입은 할머니가 강보에 싸인 까망 돼지를 안고 있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나'를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다.


할매는 내게 최고의 요리사였어.


친구들은 모르는 신기한 음식을

매일 먹었지.


할머니 메뉴판에는 아이들이 모르는 메뉴만 가득하다. 짭쪼름 새우젓, 오동통통 보리밥, 빨간 갈치조림 등. 할머니 손에 큰 '밀레니얼 세대'가 할머니 손맛을 보며 자라 '할매니얼'이라 불린다던데 여기 나온 까망 돼지도 그런가 보다. 할머니가 차려준 식사를 보며 군침을 잔뜩 흘리는 까망 돼지가 귀엽다.


할매는 까망 돼지가 항상 계단을 올라가 '할매~ 할매~'하고 울며 소리치면 항상 구조해 주었다. 할매는 든든한 구조대이자 나의 창피한 비밀도 지켜주는 요원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할매는 표준어가 아닌 멋진 사투리도 잔뜩 가르쳐주고, 함께 어려운 한글을 해독하는 고고학자가 되어주기도 했다. 


할매는 그야말로 아기 돼지의 모든 것, 그림책 내내 안경을 쓴 할매의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할매의 뽀얀 얼굴과 파랗게 동그란 안경테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아기 돼지'의 표정을 보면 할머니가 그를 얼마나 아꼈는지 저절로 깨닿게 된다. 할매, 할매... 까망 돼지에게 절대 잊히지 않을 그 단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할매와 까망돼지가 항상 행복하기를 저절로 바라게 된다.


<까망 돼지>는 작가가 할매(할머니)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힘든 시기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가족과의 추억은 언제나 새까만 바다를 밝히는 '등불'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할머니의 사랑을 가득 받으면서 자랐는데 작가 또한 그런 추억으로 가득한 유년기를 보냈나 보다. <까망 돼지>는 아이들의 그림책인데 내가 더 감동받고 치유받으며 읽은 그림책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마음 속 깊이 새겨진 '등불'같은 추억을 기억하며 이 따뜻한 그림책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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