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이정숙 지음 / 해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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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성(남성)들이 자라면서, 또는 학교나 직장에서 수없이 들어온 말이 있다.


"언니(동생)니까 언니(동생)답게 행동해야지."

"여자(남자)가 여자(남자)다워야지."

"그건 장녀(장남, 동생)답지 못한 짓이야."

"너답지 않아."


다른 이들이 보는 나의 고정된 이미지, 남들이 아는 '나다움'이 오히려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것을 방해할 때가 종종 있다. 1975년 KBS공채 아나운서 3기로 입사한 저자도 마찬가지로 이런 말들을 당연한 듯 들으며 살았었다. 단단한 상자에 갇힌 듯 답답해했지만 남들이 만든 '내 모습'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는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서는 그런 용기를 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사회문화적 잣대와 의무를 뼛속까지 새기고 그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던 그녀는 '나다움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타의로 만들어진 나다움을 버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을 찾겠다고.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에는 저자의 '나다움 찾기'과정이 나와 있다. 또는 '나다움'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과거,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따라 행동하며 힘들어했던 일화들이 나와 있다. 그녀가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했던 1970년대에는 여성들에 대한 잣대가 훨씬 단단했고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 또한 높지 않았다. 그 힘든 시대를 거쳐 '나다움'을 단단히 다진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들 또한 '나다움 찾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1장부터 5장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이다. 각 장은 나를 삶의 중심에 둔다는 것의 의미부터 건강한 관계 형성하기, 변화에 부드럽게 대응하기, 세상의 기준에 무작정 따르지 않기, 더 나은 오늘 살기 등에 대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50대 이상인 여성들은 아마 과거의 저자처럼 '자동 희생 모드'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나보다 남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교육 받았을 것이고 특히 장녀인 경우 동생들을 챙기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을 것이다. 오빠나 남동생이 있었다면 집안에서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양보가 여성의 미덕이었기 때문일까, 저자도 항상 그렇게 살다 보니 비자발적인 양보가 몸에 배어 있었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나보다 남을 더 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틀에 갇혀 있었다. 저자는 '내 의지에 조금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희생 문제를 의식적으로 조절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남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왔다면 '나를 삶의 중심'에 두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귀한 손님처럼 대접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너무 따지지 말고 실천해 보고, 아이나 남편을 위한다고 나를 뒷전에 두기 보다는 내 건강도 함께 챙기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에는 1970년대부터 직장 생활을 했던 저자의 경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과감히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 유학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나와 있다.


여전히 자녀들이나 남편, 형제자매를 위해 자발적 희생 모드로 변하는 50대 이상 여성들에게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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