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안의 지혜를 깨우는 K-민담
김을호 엮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을 끄면 달빛과 별빛 외에 보이지 않는 새까만 밤, 어릴 적 시골에 내려가면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따끈하게 구운 군고구마를 까 먹으면서 어른들이 해 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곤 했다. 제사를 정성껏 차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는 이야기도 있었고, 태어날 때부터 신비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장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아파트가 아닌 고즈넉한 곳의 시골집은 지금의 도시처럼 찬란한 불빛에 휩싸여 있지도 않았고, 자연과 더 가까운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기 때문인지 그런 이야기가 한층 더 깊이 다가오곤 했다.
아직까지 민담, 설화, 전설에 푹 빠져 신비한 이야기가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드는 걸 보면 나의 일부분은 항상 그 느낌과 신비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핸드폰, 컴퓨터 등 온갖 기계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어딘가에 그 신비함이 살아 숨쉬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제 옛날 이야기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터무니없는 미신을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민담 속에서 변하지 않는 정신적 가치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민담의 주인공들은 시련과 장애를 겪지만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시험과 도전에 대응하여 이를 극복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다. 또는 너무 많은 욕심은 오히려 불행을 불러온다든가, 효와 가족간의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 또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읽으면서 결국 선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 안의 지혜를 깨우는 k-민담>에는 아득한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가 여럿 실려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가 담겨 있으며 조상들의 삶과 희노애락, 과거부터 중요시했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민담 속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내 안의 지혜를 깨우는 k-민담>은 <대동야승>, <역옹패설>, <연려실기술>, <오산설림>, <용재총화> 등 여러 저작물에서 조상들의 해학과 지혜가 넘치는 이야기들을 꼽아 엮어 놓은 책이다.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나름의 지혜와 교훈을 얻으면서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기른 자식 낳은 자식에 대한 이야기, 땅속에 묻은 백금항아리, 변신물의 일종인 두꺼비 사위, 가난한 형제를 살렸지만 나중엔 분쟁의 이유가 된 돌호박 이야기 등 신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