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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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피 예찬>이라는 책의 제목과 '앙리 라보리'라는 저자의 이름은 많은 독자들에게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도피 예찬>은 1976년에 출간된 사상총서 가운데 하나로 '삶의 본질적인 요소에 대한 생각'을 파고 들기 위해 각계 저명 인사에게 주제 20개를 제시했다고 한다. 앙리 라보리는 당시 외과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 철학자로 인공 동면 요법을 고안한 사람이자 처음으로 신경안정제인 클로르프로마진을 개발한 사람이다.

앙리 라보리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전공 지식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내었다. 놀라운 점은 이런 그의 글이 거의 50년이 지난 현대 사회에서도 잘 적용된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통찰력과 안목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인 작가 중 한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왜 <도피 예찬>을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았는지 수긍이 될 정도이다.

앙리 라보리에 따르면 인간은 삶에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투쟁이나 도피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대립이 있다면 위계질서가 형성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다른 사람의 욕구를 소외하게 된다. 복종은 자기 충동에 따라 행동할 수 없어서 생기는 심신 질환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저항은 파멸을 자초하는 일이다. 마지막 남은 선택지가 바로 도피이다.


도피의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앙리 라보리는 '향정신성'으로 분류되는 의약품에 의존하거나 정신 줄을 놓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 바로 상상 속으로 도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뒤쫓길 위험이 없으며 광활하고 만족스러운 영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남들이 자기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이 없으며, 사회집단의 손이 닿지 않는 유일한 세상인 상상 속에서 만족을 고스란히 누리며 지낼 수 있다. 앙리 라보리는 도피를 자기 자신에 비춰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도피 예찬>에서는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화상, 사랑, 인간에 대한 생각, 유년기, 타인, 자유, 죽음, 쾌락, 행복, 죽음 등등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이 고민해 왔으며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제이자 생각이다. 앙리 라보리는 자신의 생물학적 지식, 사회학과 인문학적 지식, 자신의 경험을 다양하게 동원하여 이 주제들을 다룬다. 사랑이 무엇인지 과학적이고 학술적이며 객관적인 내용에 대해서 서술하다가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보며 깨달은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풀어낸다. 그러면서 인간이란 존재의 생물학적 특징과 사회성, 모순 등에 대해 살펴보고 그가 도달한 결론에 함께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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