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
문지혁 지음 / 해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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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책이나 드라마를 보다가 자주 하는 말, "에잇! 나도 쓰겠다." 진짜? 정말 쓸 수 있을까?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또는 소설을 이것저것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최소 한 두 번쯤 해 본 적 있는 생각, "나도 책 한 번 써 볼까?" 진짜? 많은 작가들이 책을 쓰는 것은 산고와 맞먹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엉덩이 의자에 착 붙이고 어찌어찌 머리를 쥐어짜 타이핑하고도 부족하여 하루종일 머리 속에서도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버티는 일, 할 수 있을까?


최근에 읽은 웹소설 작법서에서 작가가 쓴 말을 인용하고 싶다. "매사 쉽게 질리지만, 소설을 쓰는 일만큼은 질리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순문학 작가, 그리고 웹소설 작가 몇 분을 알고 있다. 다른 건 다 쉽게 그만 두기도 하고 질려하기도 하는데, 아무리 글쓰는 일이 나를 괴롭히고 노이로제에 걸리게 하고, 온갖 작가들의 고질병(안구 건조증, 손목 터널 증후군, 허리 통증, 그 말 못하는 오래 앉아있으면 엉덩이에 찾아오는 병...등등)을 감안하고서라도 어떻게든 써야겠다 하는 사람들이 소설가가 되는 듯 하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 <사자와의 이틀 밤> 등을 쓰고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를 번역한 문지혁 작가의 작법서이다. 소설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보다 '소설 쓰는 누구입니다'라고 소개하는 14년 차 작가인 그는 '쓴다'는 말이 동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실제로 타이핑하는 시간은 아주 짧더라도 무의식에서든 양치를 하고 있던 도중이든 항상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1부 책상 앞에서는 글쓰기를 하기 전에 준비하는 내용, 2부 책상에서는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방법, 3부 책상 밖으로는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가 지망생 시기, 소설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지혁 소설가는 만 12세부터 pc통신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 창작 게시판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하여 대학 입학 후 본격적으로 신춘문예와 신인 문학상에 응모를 시작하며 문단 소설에 가까운 소설도 오래 썼다. 지망생으로서의 기간도 꽤 있었고 최종 심사까지 갔지만 당선되지 못한 경험도 여러 번 겪었고, 진로 결정을 하면서 방황도 했지만 결국 '소설 쓰는 것'을 선택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소설을 쓸까 말까, 문학 하면 굶어 죽는다는데'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수많은 고민에 휩싸여서도 결국 펜이나 키보드를 잡고 글을 쓰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글쓰는 일을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이 수많은 현실적 고민을 뒤로 제쳐 두고 결국 글쓰기를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꼭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는 없다. 우선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을 권한다. 소설 쓰기를 시작하긴 했는데 책상에 앉아 쓰기를 지속하기 힘든 사람이나 독서 인풋을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1부부터, 소설 작법 위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은 2부, 문지혁 소설가가 과거 어떤 길을 걸었는지 그리고 소설가들의 실제 삶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3부부터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할지 말지 고민되는 사람도 그냥 처음부터 읽으면 된다.

저자는 글쓰기의 본질이 노동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에는 노동이 깃들어 있고, 이 외에 다른 말로 글쓰기 전체를 부를 수는 없다고 한다. 글쓰기가 '재능'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외국어나 운동, 악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재능은 시작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한 종류도 아니며, 어떤 경우엔 긴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드러나기도 한다. 글쓰기 또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진 재능은 이 과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계속하면 나아진다는 절대적인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가 글쓰기에 실패하는 이유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소위 '천재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을 비판하며 헤밍 웨이의 말을 인용한다.

뭐든 처음 쓰는 것은 다 쓰레기다 
-헤밍 웨이-

글쓰기는 언제나 다시쓰기라고 강조한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처음부터, 단번에, 쉬지 않고 좋은 글을 쓴다는 뜻이 아니라 처음에는 쓰레기와 다르지 않았던 우리의 글을 얼마나 어떻게 고쳐서 좋은 글로 만들 수 있느냐에 관한 일이라고 말한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을 읽으면서 나도 한 때 "소설을 써 볼까?"하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 나 또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전형적인 환상도 가져보았고,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작가가 말하는 그대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좋은 작가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직장인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하게 쓰고, 일정하게 좌절하고, 일정하게 고치는 사람만이, 그 길고 건조한 무채색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는 '글 쓰는 사람'들은 다 이렇기 때문이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 작가 지망생들, 작가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 작법 노하우가 필요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직업으로써 글을 쓰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작가 지망생의 삶은 무엇인지 등에 문지혁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또한 치열하게 소설 쓰기를 지속해 온 만큼,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작가의 답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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