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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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책이 가득한 헌책방에 황금빛 햇살이 한가득 들어온다. 그 곳에서 책을 정리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는 여자, 이 책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이 된 적이 있었으나 해당 소설을 새롭게 옮긴 책이다. 출간한 지 13년이 지난 2023년 영미권에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무려 2024년에는 올해의 영국 도서상의 '소설 데뷔작'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도 새단장을 하고 출간되었다. 소설의 실제 배경은 도쿄 진보초 고서점 거리인데,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읽고 '성지 순례'를 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잔잔하게 힐링하는 느낌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소설이다. 작고 조그마한 서점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들, 또는 현재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자극적인 내용은 거의 없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다섯 살의 젊은 여성 다카코, 첫 페이지에서 그녀는 여름이 시작된 때부터 다음 해 이른 봄까지 모리사키 서점 2층에 있는 빈방에서 책에 둘러싸여 지냈다고 회고한다. 단 한 번도 그곳에서 보낸 날들을 잊은 적 없으며 자신의 진정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이 곳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인생이 무채색의 단조롭고 쓸쓸한 나날일 뿐이었을 거라고 단언한다. 도대체 그녀는 이 서점에서 어떤 추억을 쌓은 것일까?


모리사키 서점에서 지내기 전에, 다카코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하늘에서 개구리가 비처럼 내리는 것(일본 속담에 있는 내용인가 보다)보다 더 놀랄 만한 그 일은 바로 같은 직장에서 사귄 지 1년 된 연인 히데아키가 갑작스럽게 "나 결혼한다"라고 말을 꺼낸 것이다. "결혼하자"나 "결혼하고 싶어"가 아니라 "결혼한다". 그것도 길가에서 100엔 주웠다는 가벼운 말투. 다카코가 연인과 즐겨 갔던 신주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바로 그 말을 듣는다. 심지어 결혼 상대는 "그 사람"이라는데 다카코는 즉시 알아듣지 못한다. 그녀는 같은 직장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여사원으로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심지어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다카코와도 가끔 만나줄 수 있다고 말하며 씨익 웃는 연인 히데아키. 


충격충격충격

진짜 일본은 이런 걸까? 아니면 소설이라 이렇게 시작하는 걸까?


다카코는 그 말을 듣고 너무 어지러워서 그 자리에서 히데아키에게 "그래? 잘됐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뺨을 때리든가 악담을 퍼붓는다든가 그런 걸 할 겨를도 없었다. 다카코는 연인의 고백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결국 도망치듯 직장을 그만두고 바보같은 자신을 원망하며 집에 칩거한다. 


현실을 도피하고 오직 잠에 빠져 방에만 틀어박힌 다카코, 한 달이 지났을 때 외삼촌 사토루에게 전화를 받는다. 증조할아버지가 열었던 진보초의 서점을 이어받은 삼촌은 다카코에게 고향으로 내려와 쉬면서 서점 일을 조금씩 봐 달라고 제안한다. 실수로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모모코 외숙모 이야기를 꺼내고 거절의사도 표현하지 못한 다카코, 외삼촌은 그녀가 제안을 수락했다고 생각하고 일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연인과의 일도 그렇고 다카코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스타일이 분명하다. 스스로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여자로서 자신감도 부족하고, 항상 다른 이들의 흐름에 떠밀려다니는 느낌으로 시작한다.


전화를 받은 지 2주 후, 진보초의 서점에 머물게 된 다카코. 여기서도 처음엔 히데아키의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어느 날은 늦잠을 자다가 부랴부랴 손님을 맞이하지만, 그 일 이후로 정시에 일어나 서점 일을 돕는다. 소소하게 삼촌, 손님과 이야기 하고 책에 둘러싸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차 회복하는 다카코.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곳에도 몇 가지 사건은 일어난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언제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이다. 누군가는 다카코의 행동이 답답해서 가슴을 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그녀의 성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몰리게 되면, 자신감이 점점 쪼그라들게 되면 초반부의 다카코처럼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카코는 헌책방에서 책과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점차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되찾게 된다. 나중에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울만큼 성장한다.


자극적인 소설이나 티비 시리즈는 이제 그만, 착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가다듬고 싶다면 한가한 카페에 앉아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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