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 모비 딕의 기하학부터 쥬라기 공원의 프랙털까지
사라 하트 지음, 고유경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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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에 나오는 사이클로이드

저자는 <모비 딕>을 읽으면서 수학과 문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구하였고 그 결과 이 책이 쓰일 수 있었다고 한다. 동료 수학자가 <모비 딕>에 사이클로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얘기를 했고, 저자는 호기심을 갖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명작 <모비 딕>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비 딕>에 가득 찬 수학적 비유를 발견하고 기쁨에 차올랐다. 


사이클로이드는 직선 위로 원을 굴렸을 때 원 위의 정점이 그리는 곡선으로, 아름다운 수학적 곡선 중 하나이다. 우리가 중고등 수학교과서에서 자주 보는 그림이기도 하며 삼각함수 문제와 함께 출제되기도 한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이 곡선에 매료되어 사이클로이드를 떠올리면 극심한 치통도 잊을 수 있다고 했다는데... 이건 솔직히 공감하기 좀 힘들지만, 어쨌든 이 곡선이 <모비 딕>의 고래 사냥에 응용되었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와 <트리스트럼 샌디>에도 등장한다. 이 사실은 수학이 지적인 삶의 일부이며 문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라퓨타 왕과 만찬을 즐기면서 걸리버는 '원뿔과 원기둥, 평행사변형 그리고또 다른 수학적 모양으로 자른 빵' 그리고 '정삼각형으로 만든 양고기'와 '사이클로이드 모양으로 자른 푸딩'을 먹는다. <트리스트럼 섄디>에서 토비 삼촌은 다리 모양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가 사이클로드 모양의 다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수학자는 화가나 시인처럼 패턴을 만드는 사람이다. 수학자의 패턴은 화가나 시인의 패턴처럼 아름다워야 하고, 그 아이디어는 그들의 색이나 단어처럼 조화롭게 서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첫 번째 시험대다. 이 세상에 추한 수학이 설 자리는 없다.

-수학자 G.H. 하디-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에서는 소설의 줄거리와 시의 운율 체계 등과 같은 문학 텍스트의 기본 구조를 탐구하고 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수학 패턴을 알아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수학적 사상을 발견한 다음 2부에서는 작가들이 사용한 은유, 암시 등에 수학을 사용한 예시를 살펴본다. 3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수학적인 주제를 사용한 작품들에서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유명한 시에 녹아들어가 있는 규칙성(우리나라 시조에도 규칙성이 있다)을 통해 우리는 그 안정성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유명한 작가들이 쓴 시를 감상하면서 압운, 리머릭, 트리티나 등 조금은 생소한 서양 문학 속의 규칙도 알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서사구조도 보통 그래프로 표현되곤 한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의 2장 제목은 아예 힐베르스 쉥크의 소설 <서사의 기하학>에서 따 왔다. 이 소설 속 주인공 프랭크 필슨은 '선'이 단순한 줄거리고 시작에 불과하며 마치 차원을 추가하듯 이야기 속 이야기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4차원 초입방체와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이와 관련된 해설이 참신하고 재미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수학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작품들을 '수학'과 연관시켜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예 노골적으로 수학적 요소를 주제로 삼은 소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신나는 여행이 될 것이고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수학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삶에 녹아든 수학 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직 수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수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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