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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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는 수도원 문지기실을 나서면서 이상한 예감을 받는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기 전에 불길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그는 수도원에서 8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에 가는 길이었고 슈루즈베리에서는 곧 성대한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었으므로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 세인트자일스는 나환자를 돌보는 곳으로 캐드펠 수사가 허브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가져다주기도 하고, 그의 충실한 조수인 마크 수사가 그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슈루즈베리 마을은 네 주를 관할하는 휴언 드 돔빌 남작과 그에 못지 않은 재산을 가진 상속녀의 결혼을 앞두고 분주했다. 세인트자일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저택에 신랑 쪽 사람들이 머물고 신부 쪽 사람들은 수도원 접객소에서 묵기로 되어 있었다. 평화로운 한 때처럼 보였지만 주교가 저택을 남작에게 빌려준 뒷사정, 여러 사람이 갖고있는 불안감 등 모드 황후와 스티븐왕의 내전의 영향이 곳곳에 미쳐 있었다. 캐드펠 수사가 세인트자일스에 도착하자 마크 수사가 연주창을 앓는 여윈 소년을 데리고 반갑게 맞이한다. 세인트자일스에서도 두 귀족들의 결합을 두고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고 나병 환자들도 이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랑 돔빌은 무료 50미터에 달하는 행렬을 이끌고 마을에 도착한다. 신부는 이제 막 유모 품을 벗어난 열여덟 소녀라는데 돔빌 남작은 이미 젊은 시기를 훌쩍 지나 벗어진 정수리에 곱슬 거리는 은발, 회색 수염을 가진 남자였다. 이미 한두 명의 부인을 가지고 있을만한 나이, 거기다 성미도 고약한지 행렬을 구경하러 온 나환자들에게 거침없이 채찍을 휘두른다. 결국 다리가 불편한 환자가 채찍을 맞고 쓰러지고 마크 수사가 허겁지겁 달려가 다시 닥칠 채찍질을 막는다. 위니프리드 성녀를 찾아 새로 왔다는 그 환자는 70대 노인으로 왼손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이 없었으며 나머지 세 손가락도 두 마디밖엔 남아있지 않았으나 침묵 속에서도 당당한 풍모와 존재감이 있었다. 환자의 이름은 라자루스, 마크 수사의 부축을 뿌리치고 혼자 꿋꿋이 선다. 캐드펠 수사는 무언가를 알아보고 마크 수사에게 그 환자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는다.

휴언 드 롬빌의 행렬과 달리 신부의 행렬은 소박했다. 마흔 다섯쯤 보이는 숙모와 숙부 내외 사이에 작고 앳된 여자 하나가 움츠린 채 여성용 말에 올라앉아 있었다. 호화로운 옷에 갇힌 듯한 가녀린 옷, 얼굴은 섬세한 이목구비에 커다란 눈이 돋보였지만 시선은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슬픔에 빠져 모든 것을 체념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인형처럼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나환자인 꼬마 브란이 미소를 띤 모습을 보고 본인도 미소를 지으며 동전을 한 움큼 쥐어 던져준다. 그런 신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라자루스, 이들 사이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롬빌은 숙소에서 술을 홀짝이며 과연 신부의 숙부이자 후견인, 그리고 자신에게 이 거래를 어떤 방향으로 만족스럽게 마무리지을 것인지 생각한다. 돔빌의 세 향사 중 하나인 조슬린 루시는 롬빌의 무자비한 행동을 비난하지만 나이 많은 향사 사이먼이 그를 말린다. 조슬린은 신부와 사연이 있는지 막 도착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둘만의 비밀 행동을 주고 받는다. 신부 이베타와 조슬린은 비밀리에 산책길에서 만나 다음을 약속하고 캐드펠 수사는 그 밀회를 목격한다. 캐드펠 수사는 위기에 처한 두 남녀를 구해주고 조슬린에게서 신부의 사연을 듣는다.

다음날 조슬린은 향사 자리에서 해고되고 고드프리드 피카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롬빌 영주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여 쫓겨난 것이다.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조슬린은 수도원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신부를 구해달라고 간청하고 롬빌은 조슬린을 붙잡기 위해 쫓아온다. 그리고 결혼식 전날 밤 처참하게 살해된 신랑 롬빌, 캐드펠 수사는 진실을 찾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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