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야 하는 비밀 - 성폭력 예방 그림책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5
카롤리네 링크 지음, 자비네 뷔히너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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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수북의 신간 <말해야 하는 비밀>의 표지는 얼핏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풀빛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그려져 있고 귀여운 주황빛 여우고 밝게 웃으면서 망치를 들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시커면 그림자가 보인다. 어여쁜 여우를 뒤덮으려는 저 까만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성폭력 예방 그림책 <말해야 하는 비밀>


<말해야 하는 비밀>은 흔하지 않은 그림책이다. 바로 어린 여우의 특별한 경험을 담은 책으로,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 성과 성폭력 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독후 활동을 하면, 아이들이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꼬마 여우 피니는 숲 가장자리의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숲속 유치원에 다니는, 평범한 집의 평범한 어린이다. 부모님과 함께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 등원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여느 유치원생과 비슷하다. 피니가 유치원에 가면 부엉이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를 맞이한다. 낮잠 자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함께 잠이 든다. 토끼, 멧돼지, 고슴도치, 참새, 너구리, 오소리 등 귀여운 아기동물들이 한데 모여 낮잠 자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어느 날 피니의 엄마 아빠와 친한 친구가 피니네 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 그 아저씨의 이름은 볼프강, 볼프강 삼촌은 망치와 톱을 아주 능숙하게 다뤄서 피니에게 멋진 나무 집을 만들어주기로 한다. 피니는 너무 신이 났고, 부모님도 멋진 생각이라고 찬성하셨다. 다음 날부터 매일 피니네 집에 들러 나무집을 만들기 시작한 볼프강 삼촌, 때때로 피니도 일을 거든다. 피니는 삼촌의 지도에 따라 못을 박아보기도 하면서 어쩐지 으쓱해진다.


어느 날 집을 비우는 부모님 대신 볼프강 삼촌과 단 둘이 함께 있게 된 피니, 그런데 갑자기 삼촌이 피니에게 부적절한 애정표현을 한다. 손으로 여기저기를 어루만지고 싫다고 거부하는 피니의 입에 뽀뽀까지 한 삼촌. 그리고 나서는 표정을 굳히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아마 수많은 피해자들이 들었을 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지금도 누군가 어디에서 듣고 있을 지독한 말이다. 피니는 삼촌과 만든 이 비밀이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언제 깨닫게 되는 걸까? 안타까움을 안고 끝까지 읽게 되는 그림책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아동은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한다.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해자가 겁을 주는 내용을 그대로 믿고 두려워한다. 지속적으로 가해자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그게 사실이라고 쉽게 믿는다. 


한솔 수북 <말해야 하는 비밀>은 우리가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아동 성폭력, 우리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반드시 교육시켜야하는 내용이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양육자들이 많다. 그러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와 함께 <말해야 하는 비밀>그림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한다면 쉽게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말해야 하는 비밀>의 뒤에는 이 책을 읽고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지 당부의 말이 있다. 아이와 함께 독후 활동을 하면서 피니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같은 피해 사실이 일어났을 때 어른들은 어떻게 도움을 줘야하는지 상세한 가이드가 나와 있다.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의 행동패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므로 어떻게 유아 성교육을 시켜야할지 고민하는 양육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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