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평점 :
요새 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에서 가장 유행하는 소재 중 하나가 '다중우주이론'이다. 다중우주이론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외에도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인데, 주로 소설 속에서는 '과거에 일어난 비극을 막아 미래를 바꾸는 줄거리'를 위해 배경으로 많이 설정한다. 현재 가장 핫한 드라마 <선재업고 튀어>와 비슷한 과거 회귀(타임슬립)물에서 회귀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많이 쓰는 이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은 이 다중우주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물리학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먼저 저자 '로라 머시니-호턴'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듯 하다. 저자는 세계적인 우주론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다. 다중우주론에도 여러 가설들이 있는데 그 중 한 갈래인 '양자 경관 다중우주 이론'의 창시자이자 다중우주와 우주의 기원에 대해 선도적인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블랙홀 정보 역설을 논의하기 위해 스티븐 호킹과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과 암흑에너지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고 한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의 프롤로그는 저자의 어린시절로부터 시작한다. 로라 머시니-호턴은 아드리아 해안을 접한 아름다운 나라 알바니아에서 태어났다. 알바니아는 소련과 함께 공산주의 정권이 지배했으며, 영미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만 개의 방공호를 관리하고 유배와 중노동, 사형 선고를 앞세워 사람들을 억압했다. 스탈린의 강제수용소를 본떠 수천 명의 알바니아인을 수용소에 가두고 학대하기도 한 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알바니아 작가 및 예술가 연맹'에서 일하고, 아버지는 경제계량학 교수로 근무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호기심 많은 딸이 현실에 좌절할 것을 대비하여 책과 미술, 음악으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정신적 회복력을 강하게 만드려고 노력하였다. 저자의 아버지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초청을 받았다는 이유로 알바니아 정부에 찍혀 '이념 논쟁'에 회부되었고 한 달에 한 번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동안 그녀의 아버지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우주의 아름다움을 함께 숙고하고 어둠 속을 헤쳐나갈 지혜를 가르쳤다고 한다.
현재 그녀는 미국에 거주하며 '우리 우주의 기원은 무엇인가? 그리고그 너머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자유롭게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다중우주의 일부라는 생각, 즉 우리우주 너머에 다른 우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평가들은 다중우주 개념을 결코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무가치한 공상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양자물리학 법칙을 우주 기원의 문제에 적용하여 에측을 이끌어냈다. 이 예측들을 통해 우리우주의 바깥세계를 엿보고 그 세계가 남긴 흔적을 발견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순수 연구가 곧장 실용성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한다. 그러나 전자기 현상의 신비를 밝혀낸 19세기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또한 재무장관에게 자신의 연구에 대한 '쓸모'를 입증하지 못했다. 오늘날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전기 요금을 지불하고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에서는 저자와 함께 우주의 경이로움을 따라가며 우주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고, 다중우주의 증거를 찾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로라는 수학과 물리학 모두에 재능이 있었고 고급 물리학을 전공하고 수학과정에 등록하기도 했다.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우주 전체를 연구하는 이론물리학과 우주론에 이끌려 중력 이론 및 우주론 연구 그룹에 참여한다. 이 세미나에서 우리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결론을 듣고, 우리우주의 탄생과 비슷한 일이 과거에도 일어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펜로즈와 스티븐 호킹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만일 우리우주가 탄생한 이래 팽창했다면, 무한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 공간상의 한 지점인 '특이점'에서 시작했을 거라는 정리를 도출해낸다. 이에 따르면 우리우주가 탄생하기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우주 탄생을 연구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저자는 여기에 흥미를 갖고 펜로즈의 이론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에는 저자가 의문점을 갖게 된 시점부터 시작하여, 우리우주에 관한 현대적 이론의 역사를 서술한다. 어떻게 이 이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어떤 과학자의 연구에 입각하여 논리적으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가 궁금증을 가진 부분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을 보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물리학과 수학, 지구과학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또한 기본 용어까지 함께 설명하므로 책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으면 따라갈 수 있다. 중간중간 그녀가 느낀 감정과 연구 상황들, 절망과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에 실린 죽은 학문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있는 학문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은 읽기 어려운 책이다. 우주론과 이론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전세계 최고 천재들이 모인 집단이라 할 수 있고, 이 책은 그들이 연구한 내용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왜 사람들이 과학에 매료되는지, 과학적 발견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