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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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생각지도 못했던 고대 이집트 인문학 책이 있다. 바로 고대 이집트의 생활상을 소설처럼, 일기처럼 써서 실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제국의 열두 달>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국에 놀러 가서 1달 살기, 1년 살기를 하는 것처럼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집트 문화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유물이나 유적지 몇 개는 알아도 이집트 역사나 나일강 문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집트가 멀기도 하거니와 이집트의 역사에 대해 따로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이집트 신화보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모든 신화에 잔인한 이야기들이 많긴 하지만 특히 이집트 신화에 그런 내용이 많다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래도 한 때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나 <빛의 여왕>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 <미이라>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 외에 내가 한 때 제일 좋아했던 작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소설 시리즈도 이집트 문명을 바탕으로 한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매력적인 뱀파이어로 출연하여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바로 앤 라이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처럼 이집트 문명이나 신화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제국의 열두 달>의 저자 도널드 P. 라이언은 고고학자로 고대 이집트 연구에 천착하여 '왕가의 계곡'발굴을 지휘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여러 개의 묘지와 미라를 발견했으며 이 책에 등장하는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총리대신 아메네모페트의 묘지도 그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집트 문명은 무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번영을 누렸으며 아직까지도 이집트의 유적과 유물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제국의 열두 달>에서는 일반 백성부터 고위 관료, 왕족까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삶을 12개월로 나누어 표현했다. 시대적 배경은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즉위 후 26년, 즉 기원전 1400년 경 무렵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전쟁도 불사했던 용맹한 파라오, 최초의 여성 파라오, 종교개혁을 꿈꿨던 이단자 파라오 투탕카멘 등의 통치자들을 만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달력은 오늘날의 달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을 바탕으로 생활했다. 1개월이 30일, 1년은 12개월, 하루는 24시간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세 시기는 7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의 범람 시기,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인 파종과 재배의 시기, 3월 중순에서 이듬해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수확의 시기이다. <제국의 열두 달>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대부분 고대 이집트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수도였던 지금의 카이로 근처의 멤피스와 더 남쪽에 있는 테베이다. 테베는 종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도시였고, 다양한 모습과 규모의 사원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제국의 열두 달>은 소설이지만 많은 부분을 사실에 기반하여 썼고 등장하는 중요 고위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소설은 마을의 농부 바키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파라오, 고위 관료, 사제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우리는 <제국의 열두 달>을 통해 이집트 사람들이 가진 종교적 신념과 문화, 나일강의 위대함과 가치, 이집트의 신화와 사회,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중간중간 독자를 위해 저자는 이집트에 대한 역사적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 생생한 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제국의 열두 달>과 함께 일 년여의 이집트 생활을 함께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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