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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놀이의 기적
박성찬 지음 / 라온북 / 2024년 4월
평점 :
아이를 낳고 나면 양육자들은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어한다. 좋은 환경, 물질적인 것들 등도 있겠지만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녀들이 자립성 있는 아이로 자라서 부모의 품에서 잘 독립하는 것이다. 부모 없이 아이가 이 세상에 홀로 남았을 때, 부모가 없는 것을 슬퍼할지언정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가끔 힘든 일이 있어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영영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힘을 내어 다시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주도성과 내적 동기를 일깨워야 한다.
숲속놀이학교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놀이하기
그런 면에서 볼 때 자연과 숲에서 다양한 미적 경험을 하고 호기심을 마음껏 펼치는 '숲속미술학교'는 좋은 교육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술놀이의 기적>의 저자는 프랑스 낭시 국립미술학과에서 조소와 조형예술을 전공한 조각가이다. 현재는 숲속미술학교까지 운영하고 있으므로 교육학 관련 학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자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의 자기 주도성 성취
'숲속미술학교'의 놀이터에서는 아이에게 놀이의 주도권을 주어 놀 곳과 놀이 방법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게 하되, 가까이서 지켜보며 격려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는 도와주고, 훈계가 필요할 때는 훈계도 한다. 아이들은 이 놀이터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놀면서 독립적이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의 자기 주도성이 태어난 후 만 6세가 되면 거의 형성되고, 만 12세가 되면 완성된다고 한다. 교육 심리학에서 에릭슨도 적절한 시기에 자기 주도성을 성취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자기 주도적인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미술놀이의 기적>이 신간으로 나오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저자가 프랑스에서 미술 전공을 했기 때문이다. 지인이 프랑스 파리 근처에 살고 있어 코로나 전에 여러 번 여행을 간 경험이 있다. 파리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놀란 점은 곳곳에 역사깊은 미술관이나 전시관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는 신기한 놀이터들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의 놀이터와 달리(최근엔 좀 다르게 생긴 놀이터들이 생기고 있긴 하다) 프랑스 파리의 큰 놀이터들은 다 다르게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위험하다고 다 없애버린 놀이기구는 물론이고 신기하게 생긴 놀이기구들이 가득한 놀이터들이 많았다. 놀이터 모양이나 컨셉도 다양했고, 어떤 놀이터는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위험하다며 놀지 못하게 하는 부모들은 없고, 아이들은 거기서 신발을 벗고 뛰어놀기도 했다. 심지어 개와 함께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공원도 있었다.
놀이터는 실패해도 괜찮은 곳!
<미술놀이의 기적>에 나온 사진들을 보니 프랑스에서 본 듯한 놀이기구들도 몇 보였다. <미술놀이의 기적>에서 아이들은 마치 내가 봤던 프랑스 아이들처럼 밝은 표정으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패배자는 어떤 사람인지 아니?
진정한 패배자는 지는 게 두려워서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이란다. 넌 노력하고 있잖니? 그렇지?
그럼 절대 패배자가 아니야.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중에서-
저자는 <미스 리틀 선샤인>의 한 장면을 들면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실패해도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놀이터에서의 실패는 하나의 즐거움의 연속이며, 아이들의 모래성은 원래 쌓아졌다 무너졌다 하는 것이다. 함께 모래성을 쌓다가 싸우기도 하고 협동해서 멋진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더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찾아간다. 놀이터에서는 실패해도 괜찮고, 실패가 있어야 성장과 성공도 한다는 것을 배우며 다른 친구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며,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놀이는 아이들의 권리이자 의무!
<미술놀이의 기적>의 초반부에서는 왜 아이들이 자발성을 배우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지, 또한 그 해법이 왜 놀이터에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재미있게 놀았던 소중한 아날로그 경험이 아이가 자기주도성을 갖춘 미래인재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놀이는 아이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필수적인 사항이다. 놀이를 통해 삶의 다양한 쓸모를 배우고, 함께 놀면서 상호작용의 기회를 경험하고 긍정적인 자아형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놀이의 경험과 놀이에서의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자신의 역량과 장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AI시대에서 중요시 여기는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다.
놀이는 또한 아이들이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정말 좋았던 경험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한다. 되짚어보면 성인이 된 우리들도 파노라마처럼 기억하는 장면들이 있다. 매우 기뻤거나 화가 났거나 슬펐던 기억들이다.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놀면서 행복한 경험을 많이 하자. 이 추억이 아이가 힘든 시기를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놀이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숲속미술학교에서는 놀이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다고 한다. 놀이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있을 때 진정한 놀이가 될 수 있으며 부모는 반 발짝 뒤에서 지켜본다. 양육자는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논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놀이를 지원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면 된다. 마냥 놀이 뿐이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부속물이 아니다. 다만 어릴 때 양육자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을 뿐이다. 우리는 반 발짝 떨어져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간섭과 통제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놀이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지 못하면 자신감과 책임감이 부족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자꾸 도와주면 아이는 경험을 많이 쌓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이 주도권과 선택권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배운다. 실패해도 괜찮고 어려워도 괜찮으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위험하게 놀아야 위험을 배우고 피할 수 있다
예전엔 우리나라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도전적인 놀이기구가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옛날 놀이터는 유격훈련장을 뺨치는 곳이었다고도 한다. 현재는 학부모들의 항의와 여러 안전문제 제기로 편하고 안전하게 생긴 놀이기구들만 존재한다. 어디를 가도 신나는 모험이 있는 놀이터를 찾기 힘들다.
숲속미술놀이터에도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놀이기구가 있다. 피라미드 암벽 등반 벽과 경사도가 큰 미끄럼틀이다. 아이들은 이 피라미드 산에 열심히 도전하고 실패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끝끝내 꼭대기에 올라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놀이의 기쁨>에서 김명순 놀이 전문가는 놀이터란 "모래, 물이 있고 약간 상처가 나거나 옷이 더러워질 정도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위험 놀이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위험 놀이를 많이 한 아이들이 모험심과 도전, 창의력, 회복 탄력성이 더 높게 길러진다고 한다.
어디에서든 우리가 예견하지 못한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거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매달리고 뛰어내리고 과격하게 놀거나 탐험을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반복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간다. 모험과 도전을 통해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고,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배우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연물을 이용하여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 미술적 경험을 하는 방법을 하면서 노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다. 아이들은 마음껏 놀면서 몸과 마음이 쑥쑥 자란다. 대부분이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만큼 <미술놀이의 기적>에 나온 사례들을 참고하여 내 아이와 함께 어떻게 놀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