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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을 수상한 <홀짝홀짝 호로록>. 샛노란 표지에 귀여운 고양이, 멍멍이, 아기오리가 마시멜로우가 퐁당퐁당 들어간 뜨끈한 코코아를 마시고 있다. 제목부터 의성어로 시작하는 것이 심상치 않은데, 이 책은 무려 58가지 의성어와 의태어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깜찍한 그림과 의성어, 의태어 이외엔 글이 없는데 이야기는 생생하게 이어지는 것이 독특한 그림책이다. 외국 동화책에서는 이런 류의 책을 종종 봤는데 한글 그림책 중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심사위원들도 이 부분에 끌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함께 부록으로 온 포스터에는 <홀짝홀짝 호로록>에 나오는 동물 친구들의 그림과 함께 마음을 표현하는 어휘들이 나와 있다. 그림도 귀엽고 아이들의 표현, 어휘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어린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데 이 포스터를 양육자와 함께 보면서 놀이처럼 단어를 익히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 살다 보니, 그리고 아이들을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10대 학생들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얼마나 단순화되었는지 안다면 많은 이들이 놀랄 것이다. 제일 대표적인 말이 'X나'와 X발. 이 단어가 빠지면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한 표현이 잘 안 되나 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친구들에게도 이 포스트와 함께 <홀짝홀짝 호로록> 책을 좀 나눠주고 싶다.
<홀짝홀짝 호로록> 책은 이렇게 귀여운 동물들의 감정과 모습을 표현하는 예쁜 한글표현으로 가득하다. 그림도 깜찍한데 표현은 더욱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린 동물들과 아이들이 공감할 법한 동물들의 놀이로 가득하다. 물 마시는 모습, 방귀를 뀌고 시원해하는 모습, 사고 치는 모습,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신나게 첨벙거리는 모습,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마시멜로가 들어간 코코아를 홀짝홀짝 마시는 모습! 소소하게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행동들이다.
<홀짝홀짝 호로록>은 동물들이 인간화되지 않고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신기하다. 아이들도 동물들처럼 유창한 말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 어려서 말이 능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감정이 북받치면 제대로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잘 읽지 못하거나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홀짝홀짝 호로록>을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꼭 한글 실력, 독해력 등을 늘리기 위해 글밥이 많은 책 위주로 봐야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런 책을 깔깔거리면서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거기다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가 나오니 일석이조다.
참고로 <홀짝홀짝 호로록>은 초등 교과연계 책으로 읽히기에도 좋다. 국어 교과서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다루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 교과연계된 부분
1-2 국어 (가) 2. 소리와 모양을 흉내 내요
1-2 국어 (나) 10.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2-1 국어 (나) 4. 말놀이를 해요
2-2 국어 (가) 4.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찰싹찰싹, 찰박찰박, 철퍼덕, 오들오들, 어물어물, 달싹달싹...
어쩜 이렇게 그림과 어울리는 찰떡같은 표현들이 가득한지. 요새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고 미디어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직접 책을 읽지 않고 유튜브를 보는 것도 독서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나이가 어릴 수록 높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사람들이 감정과 행동을 표현하는 방식이 단순화된 것처럼 보인다. 아이와 함께 <홀짝홀짝 호로록>을 읽으며 재미있는 단어들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