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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평점 :
[리뷰]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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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할 뿐, 사람들처럼 사실을 특별한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든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저자가 이런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려나 보다 싶었다. 그러나 책 내용은 예상을 조금 벗어났다. 저자인 '발레리 트루에'는 나이테를 세는 과학자로 한국에서는 거의 들어보지도 못한 '연륜연대학자'라고 한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나이테 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며, 본인도 처음엔 연륜연대학자가 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륜연대학자들이 처음부터 연륜연대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또는 어떤 계기에 의해 이 길에 접어든다고 한다.
연륜연대학은Dendrochronology는 그리스어로 나무를 뜻하는 'Dendros'에다 시간을 뜻하는 'Chronos'를 합한 단어로 나무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학문이다. 낯선 단어 '연륜연대학'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필요한 학문이다. 예를 들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전설적인 바이올린 '메시아'가 위작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형 표준 나이테 연대기 데이터 베이스와 비교하여 악기에 사용된 목재의 연대를 정확히 밝히고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다른 바이올린의 목재와 비교하여 메시아에 같은 나무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기후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가 인간이 너무 많은 화석 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저자는 객관적인 연구 자료와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전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의 위협을 무시하고 '가짜 뉴스'로 취급했다고 분개했다. 이외에도 과거 태양의 흑점 변화와 지진,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특정 유물이나 유적이 어느 연대에 만들어졌는지 상대연대는 물론이고 절대연대를 파악하는 데에도 '연륜연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구과학 과목의 많은 부분이 '연륜 연대학'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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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연대학은 미국에 있는 사막 한가운데, 애리조나 대학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바로 연륜연대학을 창시한 과학자 앤드류 엘리콧 더글라스가 천문학자였기 때문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은 천문학을 연구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의 연륜연대학은 당시 미국 남서부의 고고학 유적 조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상대연대에 이어 절대연대를 밝힐 나무를 찾기에 이른다. 덕분에 미국 유물들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륜연대학이 연구되지 않은 나라의 경우 유적, 유물들의 연대가 미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는 어떤 특성을 가진 지역이 나무의 나이테를 연구하기에 적합한지, 나무를 베지 않고 어떻게 나이테 표본을 추출하여 나이테 측정을 하는지, 연륜연대학자들이 주로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아직 한국에 '연륜연대학'의 권위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를 읽은 어떤 학생이 또는 젊은이가 한국에서 새로운 학문을 개척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