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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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파란 책-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유럽풍 도서관에 마호가니 책상, 천장 높이까지 솟은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람들과 그냥 무감각한 사람들. 아마 전자는 책을 좋아하는, 또는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와 안락함을 즐기는 사람들일 것이고 후자는 책이나 도서관과 별로 인연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책 리뷰를 꾸준히 쓰고 있는 나는 완전히 전자다. 언젠가 정말 많은 돈이 생긴다면 나만의 완벽한 서재를 지어 창문을 제외한 벽면을 마음에 드는 책들로 가득 채우고 책에 딱 맞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래서인지 책과 관련된 책을 좋아한다. 책을 쓰는 방법, 온갖 재미있는 책에 대한 책, 책수집가들의 이야기 또는 책 속으로 빠져드는 소설까지.


<파란 책>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 책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온갖 책 이야기와 함께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떠나는 이 소설의 내용 자체가 마음에 들 것이고 책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자신과 정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레오'의 입장에 완전히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파란 책>의 주인공 레오는 게임과 노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책과는 담을 쌓고 사는 아이이다. 그 책들 중에는 당연히 교과서도 포함되어 있고, 레오의 성적은 적정 학업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추가 과제를 해야 할 정도이다. 모범생인 리타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숙제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이다. 추가 과제를 위해 리타의 도움을 받아 난생 처음 도서관에 가게 된 레오, 도서관 사서인 '옥스퍼드'는 레오가 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레오는 그 많은 아이들을 책 속으로 인도했던 <해리포터>는 물론이요 유명한 고전 <보물섬>이나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80일간의 세계일주> 등도 전혀 읽지 않았다. <파란 책>의 초반부에는 서양 아이들이 즐겨 읽는 여러 책과 명작들이 간략하게 언급되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아이들이 읽을 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레오와 친구들은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장난 친 벌로 도서관 정리를 하게 되는데 우연히 먼지가 쌓인 '파란 책'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지 않은 레오를 위한 안배일까? 책이라면 질색하던 레오는 옥스퍼드 누나에게 '파란 책'을 꼭 빌려가고 싶다고 말하고 그는 흔쾌히 허락한다. 파란 책은 재미있게도 모든 글씨가 파란색이다. 그리고 우리가 읽는 <파란 책>에서도 '파란 책'의 내용 부분은 파란색으로 인쇄되어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 <위키드>라는 책이 마녀의 피부색과 똑같은 형광 연두색으로 책 모서리가 인쇄되어 있는데 책 속의 글씨 상당부분이 파란색으로 되어 있는 책은 또 처음이다.


레오는 몇 페이지 읽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 책을 펴는데 놀랍게도 '파란 책'은 꾸준히 읽어 나간다. 글씨가 파란색이라 그럴까 아니면 이 '파란 책'에 특별한 힘이 있는 걸까? 파란 책 속에서 땅을 파는 장면이 나오자 레오네 집 근방에서도 공사를 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역사학자 폴츠가 발견한 십자군의 석관, 이상하게도 보여주기 위한 석관이 땅 속 깊이 묻혀 있었다. 폴츠는 석관 속에서 파피루스를 발견하고 해석하는데 그 내용은 바로 약탈한 많은 양의 보물에 대한 것이었다. 세상에 레오가 밤 늦게까지 책을 읽다니, 파란 책의 내용은 레오에게 정말 생생하게 다가왔다. 심지어 파란 책을 읽다 보니 파란 책에서 읽어난 소리가 생생하게 현실에서도 들리고 책 속의 주인공 '폴츠'가 그에게 말을 걸기까지 한다. 레오의 친구들과 옥스퍼드 또한 책 속의 등장인물이 되기 시작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레오는 위험을 물리치고 책 속에서 언급된 보물을 찾아야 한다.


<파란 책>은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 다른 책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바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잉크 하트>시리즈이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책을 읽으면 책 속으로 사람들이 빨려들어가 현실화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2권에서는 그의 딸 또한 같은 힘을 가져 범죄의 대상이 된다. <파란 책>은 게임은 정말 잘 하지만 책이라면 바퀴벌레 보듯이 했던 소년 '레오'가 <파란 책>을 읽으며 신기한 경험을 하고 여러 책들과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는 이야기이다. 둘다 주인공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 소설 속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재미있는 모험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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