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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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독살로 읽는 세계사-역사 속의 잔혹한 비밀




인스턴트 웹소설보다는 진지한 류의 판타지, 짜임과 캐릭터 설정이 정교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설이 하나 있다. 서지현 작가의 <아콰터파나>로 가출한 주인공 라우렌이 특수군&식물학자이자 대학 조교수로 일하면서 독살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의 일종이다. 주인공이 활약하는 대표 무대는 '튜브로사 제국'의 황궁으로,고위층 또는 황가에서 독살이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살라후딘의 향수가게>가 있는데 여기선 반대로 살라후딘이라는 암살자가 주인공으로 향수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비밀리에 의뢰를 받고 독살을 한다. 서지현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 독살에 대한 흥미가 생겼는데 놀랍게도 이 '독살'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의 맨 첫장에는 러시아 정부가 두 차례나 독살을 시도했지만 꿋꿋이 살아남은 러시아의 언론인이자 시민운동가 '블라드미르 카라 무르자'에게 책을 바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최신 독살 사건은 바로 '김정남 암살'이다. 인도네시아 여성이 독극물을 발라 살해했다고 하는데, 크림 형태의 독극물을 뺨에 발랐다고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독살, 저자는 <독살로 읽는 세계사>을 통해 역사 속에서 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화려함 속에 어떤 추악한 사연이 가려져 있는지 말한다.

 


많은 소설에서 다루는 것처럼 독살은 황가와 고위 정치인들 사이에 드문 일이 아니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눈부신 궁전의 화려함 뒤에 넘쳐나는 독에 대해 다룬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아 사람들이 무지하게 사용한 독극물부터 정적을 독살하는 행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다스리던 토스카나와 베네치아 공화국에는 독약과 해독제를 만드는 제조소가 있었고 동물과 사형수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독을 정적을 살해하는 데 사용했고 르네상스 사람들은 4대 중금속을 사용했다고 한다. 죽이려는 자와 그걸 막으려는 자 사이의 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고위 정치인들은 음식에 독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동은 왕들은 독 감별사를 두어 음식을 먼저 맛보게 했고 독살을 시도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독살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황당한 이야기를 믿기도 했는데 바로 유니콘의 뿔만 있다면 독을 감별하거나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유니콘의 뿔은 아니었고 일각돌고래의 엄니였는데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독을 빼내는 방법으로 알려진 것도 기상천외하다. 독과 음식을 함께 토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나름 일리가 있으나 여기에 바로 '수탁의 똥'을 사용한 것은 실소를 흘리게 만든다.


유럽에서 여성들이 독극물이 든, 특히 수은과 납, 비소가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튜더 또한 죽기 전에 성격이 급격히 변했다고 하는데 몇몇 전문가들은 그가 사용했던 화장품과 의약품에 들어 있는 독성 성분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유럽 왕실에서 일어난 유명한 독살 사건은 물론이고 은밀하게 일어난 현대의 독살 사건도 몇 다룬다.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힘든 내용들도 실려 있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의 분석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각국의 왕들이나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독살 시도가 있었다니, 역사를 다른 시야를 바라보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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