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로젝트 헤일메리 ㅣ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평점 :
[리뷰]프로젝트 헤일메리-마션 작가 앤디 위어의 과학소설
영화 <마션>을 재미있게 보고 과연 원작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욕으로 가득한 소설 마션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고, 영화보다 더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마션은 '앤디 위어'의 첫 소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 당시 읽었던 어떤 소설보다 흡입력 있었고 창의적이었다. 그의 두 번째 소설 <아르테미스>도 고민없이 사서 읽었다. '아르테미스'는 마션에 비해 한국에서 큰 유명세를 얻지는 못했지만 '재미'라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물론 그래도 베스트셀러 안에 들었다). <아르테미스>는 달에 사는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마션>과는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성공한 전작 <마션>을 복붙하지 않고 작가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운반비=달에서 쓰이는 화폐'라는 재미있는 발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첫 번째 작품 <마션>으로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차기작은 어떨지 좀 걱정이 되었는데 완전히 기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앤디 위어'라는 작가의 이름을 믿고 책을 읽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었다.
새로 나온 <프로젝트 헤일메리> 역시 과학소설이다. 앤디 위어는 과학 소설가로 완전히 자리 잡을 생각인가 보다. 하지만 이번 책 역시 앞선 두 소설과 달랐다. 어쩜 이렇게 새로운 발상을 해 내는지,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과학소설을 집필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스스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두고 '완전한 SF로 진입하는 엄청난 한 걸음'이라 말했는데 책을 읽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마션>은 화성과 우주선 안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주요 줄거리였다. 두 번째 작품 <아르테미스>는 달에서 일어나는 부패와 기성집권을 10대 소녀가 기발한 방식으로 박살내는 내용이었다. 이번 작품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태양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미생물을 해결하고 지구를 구해야 한다.
먼저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외계 생물 추정학이라는 좁은 분야의 과학자였는데 생물이 발생하는데 꼭 '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물질로도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당연히 다른 과학자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생각했고 그는 학계에서 나와 중학교 과학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갔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삶에 만족하는데 갑자기 비밀 기관의 요청으로 태양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의 연구를 맡게 된다. 바로 고온에서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것이 '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가 스카웃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박테리오파지처럼 그레이스는 태양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이 물질에 '아스트로파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또한 그가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방식, 아스트로파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특성을 알아내는 방식 등이 매우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지식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때 더욱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또는 고등학교 과학 지식을 기억하고 있다면 앤디 위어가 이 미생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과 우주에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왜 이번 작품을 두고 진정한 sf로의 진입이라고 말했는지 곳곳에서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앤디 위어 특유의 유머감각도 곳곳에서 발휘된다. 함께 간 과학자 두 명이 죽어 거의 미라와 같은 상태가 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레이스는 위트를 잊지 않는다. 소변줄을 억지로 뺄 때,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 기억 속을 헤맬 때, 아스트로파지에 대한 실험을 해 나갈 때 등등 심각한 상황에서도 툭툭 재미있는 요소를 집어넣는다. 이런 점들 때문에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책을 싫어하는 학생들이나 성인독자들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과학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앤디 위어의 작품들은 모두, 읽고 후회하지 않을 재미있는 과학소설이라고 장담한다.
참고로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아르테미스>처럼 우주선의 구조도가 나와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헤일메리호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참고할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정말 멋진 책갈피가 동봉되어 있는데, 바로 지구에서 타우세티로 향하는 '일방향의' 티켓이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 일방향 티켓을 들고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즐겁게 탑승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