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
비라고 디오프 지음, 선영아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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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설화, 전설. 어릴 때부터 이런 종류의 이야기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세계의 동화>, <어린이 세계의 명작>은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지만, 항상 환상의 세계로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지역인 아프리카의 민담과 설화를 모은 책이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서아프리카 구전문학으로,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아프리카 민담과 설화를 번역한 책이 많지 않아, 내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구전문학은 계몽사의 <어린이 세계의 명작> 한 권에서 본 게 전부였다. 특별히 아프리카 문화와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아프리카 구전문학을 접해 본 적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는 세네갈의 시인이자 작가, 수의사, 외교관인 비라고 디아프가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그리오인 아마두 쿰바에게 들은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자신의 문장을 보태어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리오란 아프리카의 음유시인들인데 아프리카 문학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부족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고 암송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오를 일컬어 '유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음유시인 그리오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얼마나 큰 문화적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추측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부족들이 대부분 문자가 없어 기록물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살아있는 문화재라 말할 수도 있겠다.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에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예를 들면 남편이 화풀이로 부인을 때리고 집에서 쫓아낸다든가 여러 명의 부인을 두고 질투하는 여인을 못된 여성으로 묘사한다든가 등의 모습이다. 옮긴 이들도 이런 이야기들은 독자들이 현대적인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아프리카 전통, 다른 문화권, 다른 종교에 뿌리를 둔 내용이라고 인지하기를 당부한다.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들어본 듯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낯선 존재들이 나오기도 한다. 나귀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아리따운 여성으로 변하기도 하고 정령들이 등에 있는 혹을 떼 가거나 붙이기도 한다. 금요일 보름마다 나타나는 정령은 낯설지만 혹을 뗐다 붙이는 화소는 '혹부리 영감'과 유사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수박을 마구 깨부시는 원숭이들, 자칼들, 세네갈 강에 사는 악어들 등 아프리카의 문화와 환경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낯설지만 신비롭고 재미있는 아프리카의 구전문학이 궁금하다면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를 추천한다. 그리오들이 어두운 밤마다 직접 들려주는 것 같은 옛이야기에 푹 빠져들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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