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펭귄의 남극생활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4
김정훈 지음 / 지오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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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슬기로운 펭귄의 남극생활-극지에서 제 삶을 이어가는 펭귄들

 



지오북은 자연과학 관련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곳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킹조지섬> 이라는 책으로 처음 이 출판사의 책을 접했고 생생한 사진과 그 동안 다루지 않았던 남극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이후 여기서 나온 <아마존 탐사기>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깃털도둑>이라는 책에서 알게 박물학자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의 저서 <말레이 제도>라는 책도 여기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남모를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은 김정훈 저자가 쓴 남극생물학자 연구 노트의 첫 번째 책이고 연구노트2, 3, 4까지 나와 있으며 그 중 네 번째 책이 바로 <슬기로운 펭귄의 남극생활>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에서는 갈매기를 중점으로 하여 다양한 남극동물들을 다뤘다. 특히 저자가 초반에 남극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한 도둑갈매기들이 아델리펭귄의 알이나 새끼를 잡아먹기 때문에 펭귄에 대해서도 좀 나와 있었다. 첫 번째 책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아델리 펭귄들이 갈매기들과 싸우며 알을 지켜내는 모습 등이 완전히 새롭지는 않았다.

 

<슬기로운 펭귄의 남극생활>은 제목처럼 남극에 사는 펭귄들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의 라이프사이클, 로스해 주변의 펭귄 조사지, 남극해 생태계 구조에 대한 그림이 깔끔하게 나와 있어서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책 군데군데 나와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펭귄들의 생생한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책이지만 자연과학에 흠뻑 빠진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 위주로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장보고과학기지가 자리 잡기 전까지 한국 팀은 킹조지섬에만 국한하여 펭귄을 조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다 세종과학기지 맞은편 러시아기지에는 일 년에 한두 마리의 황제펭귄이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저자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마침내 로스해 근방에 장보고과학기지가 생기고 나서 저자는 엄청난 무리의 아델리 펭귄과 황제펭귄을 만날 수 있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에는 '킹조지섬 편'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슬기로운 펭귄의 남극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두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남극이 그냥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남극도 다른 곳들처럼 지역에 따라 다른 동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로스해와 그 인접 연안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전 세계 아델리 펭귄의 32%, 황제펭귄의 26%, 범고래(Type C)의 50%가 서식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는 야생동물의 번식조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인데 로스해는 이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기고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해와 이 근방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00년 전 스콧원정대가 남긴 펭귄 관찰기록과 남극 최초의 건축물, 그리고 인간이 남긴 잔해 위에 둥지를 짓는 펭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저자는 편협한 인간의 시선과 동물들의 서식지 보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뉴질랜드는 아델리펭귄 번식지인 케이프 할렛에 공동으로 과학기지를 건설했으나 화제가 발생하여 기지 운영을 포기했다고 한다. 건물들은 철거됐지만 과거 쓰레기를 매립했던 곳이 침식되어 생활용품들이 드러나고 폐기물들이 남아있는데 펭귄들은 그 위에 둥지를 튼다. 논의 끝에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이미 번식지 환경의 일부라고 인정하고 놔 두었다고 한다. 현재는 과거의 일을 반성하고 환경 보존을 위해 연구 폐기물들을 모두 제거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슬기로운 펭귄의 남극생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델리 펭귄과 황제 펭귄의 번식 과정이다. 어느시기에 짝짓기를 시작해서 알을 낳고 이 알을 지키기 위해 수컷 펭귄들이 어떤 고통을 참아내는지, 천적들에게서 알과 새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암컷 펭귄들은 부화한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어떻게 구해오고 먹이는지 등등의 모습이 세세히 나와 있다. 무엇보다 글과 함께 자세한 사진들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어 낯선 남극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남극 동물들의 중요한 먹이인 크릴새우들에 대해 다루는데 다행히 로스해 근방에서는 크릴새우를 포획하지 않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 때 커뮤니티에서 크릴새우관련 건강식품 먹지 말자는 얘기가 많았다. 남극과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동물들의 가장 기본적인 먹이인 크릴 새우들이 부족해진다면 당연히 그 위의 먹이사슬들이 모두 망가질 수 밖에 없다. 남극에 사는 펭귄들에 대해 다룬 책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우리 인간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미지의 세계인 남극의 생태계와 펭귄들의 진짜 삶을 보고 싶다면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한다. 남극 생물들의 실제 모습이 가득 담긴 사진과 함께 남극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이전의 남극 관련 책들은 대부분 외국 과학자들의 책이거나 피상적인 책들 뿐이었는데, 우리나라 생태학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더욱 남극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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