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눈먼 자들의 도시-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추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이번에 리뉴얼되어서 다시 나왔다. 전에는 단순한 하얀 표시였던 것 같은데 이번엔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성의 일러스트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판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한 게 약 10년 전인데 당시 도서관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를 빌려 읽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부터 시작하여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나는 누구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공포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쓴 다음 편이 있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진 결과, <눈먼 자들의 도시> 4년 후에 일어난 <눈뜬 자들의 도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눈먼 자들의 도시>와 함께 <눈뜬 자들의 도시>도 구매하여 소장했는데, 이미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글책으로 읽어버린 상황이었고 구매한 책은 원서라서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책꽂이에 꽂아놓고 아직까지 읽지 못한 상태이다. 게다가 <눈뜬 자들의 도시>도 <눈먼 자들의 도시> 못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뒤로 미뤄놓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까지 한꺼번에 쭉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 어찌됐든 <눈먼 자들의 도시> 리뉴얼을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책이다. 20세기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작가의 상상력이 더 파격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갑자기 도로 위에서 눈이 멀게 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도로 한 가운데서 운전을 하다가 눈에 멀게 된 남자의 두려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친절을 베푸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친절을 위장하여 나에게서 무언가를 훔쳐가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두려움 등등 이 책의 페이지는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걱정들이 정말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리고 심지어 눈을 멀쩡히 뜨고 있어도 믿는 사람들에게 발등을 찍히거나, 낯선 곳에서 코가 베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의 두려움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눈이 먼 남자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으나 도무지 병명을 알 수 없다. 안과 의사로부터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눈이 먼 남자를 돕겠다고 나선 남자는 눈이 먼 남자의 차를 훔쳐 팔면서 자신이 오히려 착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착취당하는 쪽이라고 정당화한다. 그리고 차를 훔친 도둑 또한 눈이 멀게 된다. 의사도 눈이 멀고 의사에게서 진찰을 받은 여자 또한 눈이 멀고 모든 게 백색으로 보이는 흑색증은 이렇게 전염병처럼 점차 번져 나간다. 이렇게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이 병이 번져 나가고 작가는 이 과정을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서술해 나간다. 장관은 눈이 먼 이유를 찾기 전까지 눈이 먼 사람들을 한 곳에 격리하는 것을 제안하고 이 제안은 곧 실현화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의사의 아내이다. 남편을 돌보기 위해 의사의 아내 또한 눈이 멀었다는 거짓말을 하고 이 격리시설에 함께 들어온 것이다. 눈이 먼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이 여자는 여기서 어떤 일을 겪게 되는 것일까.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하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건조하게 서술한다. 이 건조한 서술방식이 이 소설의 배경을 더욱 현실화 시키고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이 책의 소개에 조지 오웰의 <1984>가 나오는 만큼 결코 인간의 밝은 면에 대해서는 아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 닥쳤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양상을 단 한 사람만이 생생하게 지켜본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디스토피아 소설 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냉혹하게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와 <1984>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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