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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9년 11월
평점 :
[리뷰]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세밀화와 함께 읽는 이외수작가의 신간에세이
이외수 작가의 신간 에세이가 나왔다. 제목은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이다. 다들 세상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요즘 시기에 딱 맞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살다 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우리는 다시 힘을 내지 않는가.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는 열정, 노력, 패기를 가지라고 외치는 글이 아니라 사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에세이다.
이외수 작가는 쉬지 않고 글을 쓰는 편이라 함께 온 책자에 소개된 책이 열댓 권이 넘었다. 전에 읽었던 <장외인간>과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도 있었고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하악하악> 등도 소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는 총 다섯 개의 챕터로 되어 있었다. 딱히 서문이나 작가의 말이 없는데, 아마 이 책 전부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로 이루어져 있어서 굳이 서문을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서문 대신 첫 번째 챕터의 첫 번째 에세이 '오늘도 나는 운명처럼 살아간다'가 꼭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말'형식으로 되어 있다. 작가 스스로는 개떡 같은 운명을 혼자 짊어지고 시정잡배를 자인하면서 존버하고 있으며, 이 글이 고달픈 인생, 고통의 나날을 버티면서 살아가는 분들 모두에게 휴식의 그늘이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이외수 작가의 좋은 글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살면서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동식물을 주제로 한, 부담스럽지 않은 세밀화들이다. 글과 함께 하는 이 그림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림을 누가 그렸나 하고 따로 찾아봤을 정도다.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에서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그림들이 더 돋보인다. 우리가 그냥 지나친 동식물들을 누군가는 매우 자세히 관찰하고 뜯어보고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흰 종이에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이 세밀화들만 봐도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에는 개떡처럼 힘든 상황에도 소박한 강원도 아리랑 한 소절을 교훈으로 존버하는 이야기, 곳곳에 나오는 짤막한 시들, 나를 위해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한 소소한 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참, 거창하지 않아서 좋다. 오래 묵은 보이차를 꺼내 마시면서 초의선사가 "봄빛이 언듯 지나간 맛을 즐긴다"라고 말한 것을 곱씹고, 이로운 일이 나쁘게도 온다는 것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고수 하나로도 행복감을 느끼며 보통 사람처럼 사는 모습이 이 책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