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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 우리 삶을 읽는 궁극의 메타포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19년 9월
평점 :
[리뷰]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영화로 보는 인간의 삶
많은 훌륭한 영화들이 신화를 모티프나 메타포 등으로 사용한다. 신화는 얼핏 듣기엔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가 인간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에 심리학 용어들은 곧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따 오기도 한다. 그만큼 신화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면모, 또는 비난 받는 측면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영화를 신화로 환원한 것이다. 보통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신화 속 인물을 작품 속에서 복잡하게 그려내지만 그는 반대의 행위를 한 것이다.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유명한 영화로 마스크, 뮤리얼의 웨딩, 트루먼 쇼, 달콤한 인생, 굿 윌 헌팅, 12몽키즈, 여고 괴담 등이다.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본 작품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몇 번 이상 제목을 들어 본 영화들이었다. 개중에 12몽키즈가 눈에 띄었는데,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미국 드라마로 내가 아주 즐겨 봤던 작품이었다.
영화 <마스크>는 당연히 '로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최근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로키'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아무래도 게임, 영화 등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마블 영화인 어벤저스, 토르에도 나온 로키는 신화 뿐 아니라 많은 작품에서 인간을 기만하는 신으로 악명이 높다. 로키는 오딘과 프리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인 발드르를 평소 시샘하였다. 로키는 발드르의 형인 회드르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발드르를 죽이고, 이후 모든 신들의 적이 된다. <마스크>에서는 주인공이 바로 이 로키의 가면을 줍게 되면서 생기는 일이다. 가면을 쓰면 주인공 스탠리는 로키처럼 장난스럽고 과감한 성격이 되는데 우리도 때와 상황에 맞춰 이런 가면을 쓰고 산다. 가면을 인간의 '페르소나'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페르소나를 잘 조절한다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그 페르소나가 진실한 모습이라고 믿는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미드 <12몽키즈>의 해석은 카산드라 콤플렉스로부터 시작한다.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카산드라는 "미래를 읽어내는 힘을 갖게 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라는 신탁을 받는다. 카산드라는 크면서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태양의 신 아폴론은 그에게 푹 빠져 예언의 능력을 준다. 카산드라는 예언력을 받게 된 이후 아폴론을 차 버리고 화가 난 그는 아무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못 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신탁의 예언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마침내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카산드라는 트로이 목마를 절대 들이지 말라고 했으나 다른 이들이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리스는 트로이의 목마로 인해 전쟁에 지고 말았다.
<12몽키즈>의 제임스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 미래에 지구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아 남은 이들은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미래 세계의 과학자들은 타임머신으로 제임스 콜을 과거로 보내 누가 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 알아오라고 한다. 여자 주인공 캐서린은 처음엔 제임스가 시간여행자라는 말을 믿지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린 범인을 막으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제임스는 감성적인 남자, 캐서린은 이성적인 여자로 표현된다. 또한 이처럼 감정적인 이들은 카산드라 신드롬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카산드라 신드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신과 의사는 참 재미있는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한다고 느꼈다.
이처럼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에서는 유명한 영화에 대한 줄거리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저자의 재미있는 해석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미 봤던 영화는 나와 저자의 감상을 비교하면서, 아직 보지 않은 영화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 영화 감상에 대한 다른 시각을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