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니시 카나코 지음, 이영미 옮김 / 해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마법의 주문-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단편 소설 모음집


 


니시 가나코는 2015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로 그녀의 책으로는 <밥 이야기>와 <우주를 뿌리는 소녀>를 읽어 보았다. 이름을 보아도 섬세한 문체를 보아도 여자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니시 가나코의 소설은 그녀만의 특색이 있다. 일본인이면서 일본인이 아닌 느낌이 들고(아마 이집트 등지에서 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억지로 행복한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니시 가나코의 책에 나오는 화자나 주인공은 대부분 여성이며 주체적인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성장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우주를 뿌리는 소녀>에서 매번 뭔가를 뿌리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를 등장 시켰고(작가는 대체로 남자아이들이 뭔가 뿌리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말이다.) 밥 이야기에서는 온갖 이국적인 음식을 주제로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내었다. 그리고 이번 책 <마법의 주문>은 단편 모음집이다. 주로 상처받은 소녀들 또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마법의 주문>에서는 주로 여자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내를, 또는 딸을 안아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가족으로부터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여자이기 때문에 편견 어린 말을 듣고 그 편견 속에서 자란다. 그 속에서 뛰쳐나오고 싶어도 자신이 왜 그런지,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상처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의 첫 단편인 <불사르다>에서는 지극히 남자같은 유년기를 보낸 소녀가 나온다. 할머니는 여자는 꾸며야 한다며 병실에 있을 때도 곱게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는 사람이고 엄마는 대충 옷을 입고 치마라고는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다. 엄마는 소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남자애든 여자애든 상관없어. 남자답다느니 여자답다느니, 너무 바보 같잖아, 안 그래?"



소녀는 그런 엄마 밑에서 오빠들의 옷을 입고 남자아이들처럼 뛰어다니며 논다. 어릴 때는 신체능력이 남자아이들보다 뛰어나 그들이 시비를 걸면 흠씬 두들겨 패주기도 한다. 그러나 2차 성장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소녀의 미모는 점점 빛을 발하고 그녀를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라는 칭찬을 한다. 소녀는 처음으로 바지가 아닌 치마를 입고 등교하기 시작하고 여자아이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남자아이들은 매력적인 이성을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대한다. 이상한 아저씨를 만난 것은 치마를 입고 등교한 어느 날 중 하나였다. 그 날 소녀는 몹쓸 짓을 당했고 그녀는 알몸이 되어 샅샅이 조사받는다. 이후 소녀는 엄마의 명령으로 다시 바지를 입게 되었다. 엄마는 다시 말한다.


"남자한테 이상한 기분을 품게 하면 안 돼."


어릴 땐 성별에 관계없이 옷을 입어도 좋다고 말했던 엄마의 말이 완전히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성범죄 피해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불쌍하다고 말했고 엄마는 그 날의 치마를 불에 태워버렸다. 엄마는 '불사르는' 행위에 푹 빠져 집에 남은 남자들의 흔적을 모조리 태우기 시작한다. 

 


<딸기>에 나오는 소녀도 비슷하다. 큰 키에 2차 성장을 하면서 아름답게 자란 소녀가 연예계에 발을 들인다. 사람들이 여자 연예인을 보는 기준, 그리고 주변 남자들이 여자 연예인을 다루는 방법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이 상처받는 줄도 모르고 도시의 화려함 속에서, 그리고 연예계의 아름다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일평생 바뀌지 않는 '후 짱'이 여전히 딸기를 최고로 여기는 것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여성들은 사람들이 부여한 틀에 자신을 가둔다. 그리고 끊임없이 상처받고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몰라 방황한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데 다들 비슷한 방법으로 상처받는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 자신의 외모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을 보고 위안을 받는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는 '마법의 주문'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