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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평점 :
[리뷰]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흥미진진한 요리 레시피들
특이한 잡학 책을 좋아하는 나, 최근에 완전히 취향을 저격하는 책을 만났다. 그 이름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원래 빌 게이츠가 소장하고 있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에 관심이 많아 그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알고 번역본을 사야 할지, 아니면 일러스트레이티드 버전인 영어 원서를 사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쓴 요리 레시피만 모아 번역한 책이 나온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재다능하기로 유명한데 기술자이자 과학자이며 예술가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리라니, 꼭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요리에 대한 글들을 <코덱스 로마노프>라는 소책자에 적어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직접 개발하고 만든 것은 아니고 요리 전문가들을 관찰하며 이 노트를 적었다고 한다. 또한 레시피 뿐 아니라 재미있는 요리 기구들에 대한 설명도 종종 나온다. 예를 들면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 하는 거대 믹서기라든지 계란을 일정한 두께로 자르는 칼이라든지 말이다. 이 당시에 이탈리아의 요리는 끔찍했다고 하는데 로마시대의 맛있는 것들은 사라지고 특이한 재료들이 가득찬 식탁이었다고 한다. 또한 현재는 고급음식으로 취급되는 캐비어가 당시엔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캐비어 요리를 매우 낮춰 보았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 주의사항 세 가지를 당부한다.
1. 레오나르도의 요리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2. 요리에 쓰이는 재료의 양은 귀족의 만찬 기준이다.
3. 레시피에서 양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다.
4. 조리기구가 세분화되지 않았다.
5. 현재 기준으로 엽기적인 재료들도 종종 나온다.
이 주의사항들이 이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친부와 친부는 레오나르도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지고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였다. 레오나르도의 어머니는 빈치 출신 과자 제조업자와 결혼했고 그에게서 요리에 대한 열정과 식도락의 취미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레오나르도는 의붓아버지에게서 받은 단 것들을 잔뜩 먹고 엄청난 뚱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작업장에서 일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먹어댔고 그림에 매달리면서 뚱보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작업장을 나와 돈을 벌지 못하자 근처의 '세 마리 달팽이'라는 유명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을 하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세 마리 달팽이'의 주방 식구들이 죽게 되었고(도대체 어떤 이유로 한꺼번에 죽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잘못된 것을 먹은 건 아닐까?) 레오나르도는 주방지기가 되기로 결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너무 복잡한 요리 레시피를 단순화시켰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메뉴판에도 잔뜩 멋을 냈는데 아묻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재다능하긴 했지만, 좋은 사업가는 절대 아니었던 듯 하다.
어떤 식당에서도 기괴한 요리를 내 놓는(당시 기준에서) 레오나르도를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소개장을 밀라노 대공 '모로인'루도비코 스포르차 앞으로 써서 보낸다. 레오나르도는 노래도 하고 만돌린도 치고 성채 도면을 만들기(심지어 주인이 성채에 관심을 갖지 않자 젤리나 설탕으로 성채 모형을 만들기도 하는데, 관심받지 못했다.)도 하고 온갖 시도를 다한다. 레오나르도는 요리 레시피도 다양하게 제안하고 여러 주방기구들도 만든다. 언제라도 끓는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장치나 주방 바닥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한 장치, 마늘 빻는 장치 등이다. 덕분에 그의 주방은 요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온갖 기계가 가득찬 기이한 곳으로 인식되었고 때로는 난장판이 되어 요리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실패에 굴복하지 않는다.
요리 레시피는 정말 요즘 기준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또 재미있다. 개구리 모양으로 깎은 무나 포도주에 샤프란을 섞는다거나 말오줌나무꽃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개구리 수프나 온갖 향신료를 넣어 만든 삶은 달걀, 푸른 색을 띄는 달걀 부스러기 등 정말 생각지도 못한 레시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레오나르도가 어떤 시도를 해 보았고, 요리사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의 기괴한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