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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 해학 - 본성에서 우러나는 유쾌한 웃음 ㅣ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최광진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6월
평점 :
[리뷰]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해학-선조들의 유쾌함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해학>은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호암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미술품들을 접하였고 최근에는 한국미학 연구를 하면서 이 시리즈를 출판하게 된 것 같다. 첫 번재 책은 '신명'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흥' 정도 되겠다. 한국인은 누가 뭐래도 흥이 넘치는 민족이니까 말이다. 두 번째 책이 '해학'이고 책 소개를 보니 다음으로는 '소박'과 '평온'을 주제로 한 책이 나올 듯 하다. 선조들의 유쾌함을 대변하는 특징 '해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지금도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등 sns을 이용하여 해학적인 면모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표현하는 방식과 이용하는 매체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민족은 해학적이다.
저자는 단순히 한국의 미의식 '해학'의 특징들을 잡아내고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신명은 내적 감정을 분출시키는 표현주의와, 해학은 현실 풍자적인 리얼리즘이나 낭만주의와 연결시켜 설명하였다. 또한 한국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독자 대상으로 포함하여 한국의 미술품과 유사한 다른 나라의 미술품들을 함께 실어놓았다. 이런 방식은 한국인들도 자국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미술을 더욱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민족의 해학적인 특징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판소리, 탈춤 등을 통해서 양반들의 모순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문학, 미술 가릴 것 없이 해학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힘든 삶, 핍박받는 삶, 사회의 부조리에 분개하고 화를 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낙천적으로 소화해 낸 것이다. 1장에서는 귀면 기와, 장승, 사천왕상에서 익살스러운 모습을 찾아내고 2장은 시와 그림을 통해 조선의 풍속을 살펴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민화, 역시 해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민화를 빼 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중섭, 장욱진, 주재환 등 현대 미술에까지 이어지는 해학의 미학을 살펴본다.
귀면 기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괴물의 얼굴을 새긴 기와로 목조 건축물의 마루와 사래 끝에 만들어 붙인다. 이 귀면 기와만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 가옥 형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험악한 괴물 또는 도깨비의 얼굴 속에 익살스러운 모습이 살아 있어 동양풍 장르 문학에서도 종종 언급되곤 한다. 한국의 귀면 기와가 특징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데에는, 단순히 침입자를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용까지 하는 양가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귀면 기와의 특징은 중국, 일본의 귀면 기와나 다른 나라의 건축물에 새겨진 괴물 조각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은 한때 호랑이의 나라로 불렸을 정도로 호랑이가 많았던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산이 국토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호랑이가 살기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유독 호랑이 관련 이야기가 많은데, 여러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무섭지만 매번 작은 동물 또는 인간에게 당하는 존재로 나온다. 토끼와 호랑이에서는 그 커다란 호랑이가 매번 똑똑한 토끼에 꽤에 넘어가 호되게 당하고 만다. 유독 다른 나라와 달리 호랑이의 존재가 이렇게 표현된 것이 재미있었는지,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한국 민화에서도 호랑이는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나온다.
미술과 선조들의 '해학성'을 연결시켜 이렇게 다룬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특이 이 책은 한국 미술품과 함께 유사한 외국의 미술품을 다양하게 실어 놓아서 좋았다. 어떤 점이 유사하고, 우리 미술품에만 나타나는 특징이 무엇인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외국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