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서정시로 새기다 K-포엣 시리즈
맹사성 외 지음, 고정희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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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조, 서정시로 새기다-강호사시가, 어부사시사 등 영어로 번역된 아름다운 한국 시조들


 


초여름 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시원한 빗물 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리며 흘러간다. 이런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도록 한옥 문을 젖혀 두고 달밤 아래 풀과 나무들이 푹 젖는 것을 구경하고 싶다. 요새 부쩍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시조, 서정시로 새기다>의 표지엔 고즈넉한 호숫가에 작은 집 한 채가 서 있다. 그림에 나오진 않았지만 분명 달밤일 것이다.  비오는 날의 밤을 직접 즐기지는 못해도 선조들의 시조를 읽다 보면 절로 그 속에 빠져들게 된다.


 <시조, 서정시로 새기다>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인 교수가 영국 유학시절 만난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유명 시조를 영어로 번역한 책이다. 이제껏 김소월, 김영랑 등 유명 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시조를 영어로 번역한 것은 별로 없었다. 우선 시조의 율격을 살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평범한 한국인들조차 뜻을 알기 힘든 고어를 번역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풍부한 어휘들을 영어로 모두 표현하는 것, 특히 그 특유의 감성을 살리는 것이 힘들다. 저자도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고, 최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시조, 서정시로 새기다>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특히 한국 고전시가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또는 우리나라의 전통시를 해외로 알리고 싶은 한국인 등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문학성이 뛰어난 고전 작품들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일본의 하이쿠에 비하면 한국의 시조는 외국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족한 실력때문에 아름다운 한국의 시조를 외국인에게 이야기해 주기도 힘들다.


<시조, 서정시로 새기다>에는 맹사성의 강호사시가, 이현보 어부단가, 이황 도산십이곡, 정철 시조, 신흠 방옹시여, 윤선도 어부사시사, 신계영 전원사시가, 이휘일 전가팔곡, 황진이 시조 등이 실려 있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시조들이며, EBS 교재와 수능 준비를 위해 잘 알아둬야 할 작품들이다. 수험생들도 한국 시조를 공부하는 것이 따분하다면 이 책으로 전문을 보면서 영어 표현과 비교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표현도 익히고 시조도 자세히 감상하는 1석2조의 방법이다.



 


한국에는 이 외에도 아름다운 시조들이 많지만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 위주로 골랐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삶을 즐기는, 임금을 예찬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조들이다. 나 또한 좋아하는 것들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런 여름의 달밤엔 역시 시조를 읽으면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는 여유를 즐기는 게 행복하다. 당장 산촌으로 인공 조명 없는 강호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얼마든지 멋진 장소를 상상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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