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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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존엄하게 산다는 것-인간의 존엄성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추천 :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존엄'을 찾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며칠 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고 왔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영화 제목을 검색해 보니 갖가지 영화 후기가 올라와 있었다, 좋은 평도 있도 많았지만 가족과 보기 민망하다거니 영화의 뒷맛이 찝찝하다는 후기도 꽤 있었다.


찝찝하다, 맞는 말이다.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에 휘둘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한 극빈층의 이야기를 다루니까. 사회 부유층을 대변하는 IT 기업의 CEO 박사장(이선균)과 극빈층을 대변하는 기택(송강호)의 삶은 너무나도 대비된다. 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박사장의 집은 공기 좋고 치안 좋은 위쪽에, 기택의 집은 한참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반지하에 있다. 박사장네 집은 아이들의 과외비로 수 백을 쉽게 쓰는데 기택네 가족은 피자 상자를 온 가족이 접어 가족 일부의 핸드폰비를 낼 정도로 한 푼이 아쉽다. 기택의 가족들은 영화의 제목처럼 박사장네 기생충이 되어, 온 가족이 사기를 쳐서 박사장의 개인 고용인으로 들어간다. 박사장네 가족들은 고용인들에게 친절하지만, 고용인들이 그 '선'이라는 것을 넘어올 때마다 어김없이 표정이 일그러진다. 박사장과 고용인들은 같은 인간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다. 박사장은 주체적인 인간이고, 기택과 같은 사람들은 기생충이다.(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짜 기생충은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영화에서 기택네 가족은 모두 돈과 돈이 만든 상황에 흔들려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만다. 이 존엄성의 상실은 기택의 가족들을 모두 비극으로 몰아 넣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혹자는 모멸의 시대라고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기택네 가족처럼 사회 극빈층이 된다면 우리는 '존엄성'을 지킬 수 없는 것일까?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존엄하게 산다는 것>의 저자이자 독일의 살아 있는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세계적 뇌과학자 게랄트 휘터의 말이다. 법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은 불가침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랄트 휘터는 우리가 잃어버린 존엄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원래 의미를 떠올려 뇌과학과 연결시킨다. 존엄성이란 무엇인지 배우고 타인의 존엄을 지켜주면서 나의 존엄성도 함께 지킨다. 도구적 수단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엄성을 찾고 주체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내가 당신과 함께 찾고 싶은 것은 일종의 내면의 나침반이다.

밀려드는 요구로부터

본래 자신의 모습을 지켜줄 나침반.


-존엄하게 산다는 것 중에서-

 
   

 


우리는 사는 대로 살아서는 더 이상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 세상은 급변하고, 많은 것들이 인간보다는 돈에 의해, 돈을 위한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세상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인류 전체의 종말과 다양한 종의 종말을 앞당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간은 현재의 안락함과 편리함, 그리고 돈을 위해 포기하지 못한다. 사회 전체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가 맞물려 엉키면서 우리의 뇌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만다. 되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그것을 경험해야 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뇌에 뿌리 내린 뉴런의 연결 패턴을 토대로 우리는 많은 결정을 하게 된다. 올바른 연결 패턴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존엄을 지키는 데에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개개인의 인생,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조건들. 이 모든 것들이 패턴에 영황을 준다.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잘못된 생존 전략을 인지하고 개선하면서 우리 인간들은 에너지의 최소화와 최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존엄성, 그리고 더 나아가 타인의 존엄성까지 지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게랄트 휘터의 책처럼 존엄을 이해하고 이해한 대로의 삶을 추구한다면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극을 맞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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