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평점 :
[리뷰]도쿄타워-방황하고 부서지는 시간
그것은 마치 팽이 심지처럼 꼭 한 가운데 꽃혀 있다.
도쿄의 중심에, 일분의 중심에, 우리 모두가 가진 동경의 중심에.
-도쿄타워 중에서-
책은 처음부터 지방에서 도시로 올라온 사람들에게 내리꽂히는 말로 시작한다. 도쿄타워를 묘사하는 것이 분명한 이 문구는, 꿈과 돈과 그 너머 등등의 것을 찾아 끊임없이 도시로, 또는 중소도시에서 서울로 향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박힌다. 일본인들이 도쿄로 향하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도 불나방처럼 서울로 향하니까. 우리는 모두 이 거대한 도시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도쿄타워>의 주인공도 그곳을,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도쿄로 상경했고, 아버지는 떨려나가 고향으로 향했으며 '나'는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으며, '나의 어머니'는 환상 없이 따라와 도쿄 타워 중턱에서 영면하였다. 한국에서도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꿈을 찾아 왔으나 좌절하고 만 아버지는 술주정뱅이가 되어 가족들을 괴롭혔다. 어떤 때에는 어머니를 때리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먹을 것을 품고 와 '나'에게 주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가족처럼 느껴지지 않은 존재였고, 언제나 둥둥 떠다니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나'가 태어나게 된 경위부터 시작하여 아버지의 학창시절, 어머니의 결혼 전 모습, 탄광촌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시절, 도쿄로 상경한 이후 등을 세세하게 이야기해준다. 이런 사소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하면 내 어렸을 때 모습은 어땠는지, 나보다 더 이전 세대의 삶의 모습은 어땠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탄광촌에서 고만고만하게 살던 이웃들과 반대로 도쿄에서 느끼는 빈부격차라든지 도시에서 느끼는 소외감 등도 언급하는데, 보통의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딱 그 생각'을 콕 집어내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소설이 처음에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입소문만으로 밀리언셀러가 됐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개인의 경험을 회고할 수 있게 하면서 도시 생활에서 느끼는 물질적 풍요, 빈부격차, 정신적 허무함, 무소속감, 소외감 등을 자연스럽게 언급한다. 이제껏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서 의식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꺼내보고 확인하게 된다. 도시로 떠난 사람들은 물론이고, 텅 비어버린 시골에서 텅 빈 집에서 홀로 사는 조부모님들의 모습까지 현대 사회의 모습을 가감없이 묘사한다. 작가의 감정 기복이 거의 담겨있지 않고 담담한 글로 이어지는데 왠지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냥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지하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라는 문구는 단순히 광고를 위한 거겠지 했는데 과장없이 의도적인 신파 없이 이어지는 글을 보면서 눈물 콧물이 나온다.
박완서의 소설이 500대 이상의 세대를 겨냥했다면, <도쿄타워>는 도시에 사는 모든 현대인들을 위한 소설이다. 끊임없이 방황하고 부서지면서도 도시에 살아야만 하는 불나방같은 우리들을 위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