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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평점 :
[리뷰]돈의 지혜-돈에 대한 욕망
<남편이 작아졌다>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돈에 대한 인문 서적을 썼다.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며 파리 정치대학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기 때문인지 '돈에 대한 욕망'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가 이 책을 썼다니 마구마구 궁금증이 일었다. <돈의 지혜>는 첫 장부터 '세네카'의 의미심장한 말로 시작한다.
| 아무도 가난을 지혜의 숙명으로 정하지 안았다. ... 내가 선택할 수만 있다면 재물의 왕국은 멸시하되 재물이 내게 줄 수 있는 최선은 취할 것이다
-세네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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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세속적이고 노골적인 말이지 않은가. 아마 정말 재물에 있어서 세속적인 욕망을 초월한 매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들어가는 말도 범상치 않다.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치인이었던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이 공산주의가 온 세상에 도래한다면 공중화장실에 황금 변기를 설치하겠다고 한 일화를 언급한다. 결국 그걸 실현했던 이들은 미국 여성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과 그녀의 남편인 카니예 웨스트라고 한다. 이 이야기만 보고도 알겠지만 돈은 참 구차하고 고귀한 이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할 수 있고 돈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한다. 돈은 원래 신뢰를 의미했으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신념까지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 고전 문학작품인 <공방전>에도 이런 '돈'의 특성이 나온다. 저자는 돈에 크게 얽매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돈에서 아주 자유로운 사람도 아니었다. 그가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바로 '돈은 지혜를 추구하는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돈의 지혜>가 된 것 같다. 지혜를 통해 돈과 우리가 추구하는 것 사이를 바람직한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종교에서 또는 국가에서 '돈'을 악마의 배설물처럼 여겼다. 마태오볶음에는 하느님과 재물을 겸해서 섬기지 못한다고 말하고 청교도들은 부를 누리는 것을 죄악이라 여겨 검소한 삶을 살고자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상업을 천시하고 재물을 탐하는 것을 천하게 여겼다. 물론 화폐를 궁극적 목적으로 여기면 돈의 노예가 되지만, 지나치지 않는다면 이윤과 명예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돈의 지혜>에는 자본주의를 공식적으로 증오했던 공산주의가 아이러니하게 부패와 공공재 약탈로 무너진 것, 사람들이 모두 기피하는 가난한 자들이 종교적으로는 내세에 부를 얻을 것이라 여겨진 것, 부자들을 선망하면서도 시기어린 증오를 갖는 것, 벤저민 프랭클린이 추구한 자본 속의 미덕, 결혼에서 돈이 의미하는 것 등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또는 사회 속에서 겪는 돈의 딜레마에 대해서 다룬다.
한국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만큼 여기저기에서 돈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부자들의 악행, 빈부의 대물림, 돈과 행복의 관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의 경계 등. 돈은 인간의 욕구와 직결되어 있도 우리는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의 지혜>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돈이 가진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