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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리뷰]미술관에 간 심리학-미술로 심리 살펴보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404/pimg_7416901082165376.jpg)
시험을 위해 미술책이나 역사책에 나오는 유명한 그림들을 줄줄 외우곤 했지만 단 한 번도 그 그림들이 아릅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많이들 그러는 것처럼 사람들이 '명화'라고 하니까 명화라고 생각했고 아름답다고 강요하니까 저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고 머리속에 주입시켰다. 그 그림들을 실물로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실물로 보고 가장 큰 충격을 느꼈던 그림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화가의 작품들(주로 인상파)이 많아 좋아한다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처음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을 보고 그 앞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질감, 붓의 흔적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왜 사람들이 이 그림을 그렇게나 아름답다고 말하는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30분을 넘게 그 앞에 서 있어도 눈이 황홀했다. 처음엔 그림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 다음엔 반 고흐가 왜 이 그림을 이렇게 그린 건지 궁금해졌다. 소설가들이 왜 특정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한 것처럼, 그가 왜 이 그림을 그려야만 했는지 이 그림을 그릴 때의 심경은 어땠는지 좀 더 알고 싶었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쓴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고 그림 너머에 있는 화가들의 삶을 심리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404/pimg_7416901082165377.jpg)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사람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알라딘 책선물 상자(상자가 예뻐서 가끔 금액을 추가하여 시키는데, 셜록홈즈와 함께 모지스 책의 삽화로 만든 상자도 하나 보관하고 있다) 중 하나로 제작되고 있는, '모지스 할머니'로 유명한 그 사람이다.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작품들은 현대 추상미술과 달리 그냥 사진으로 보아도 예쁘다. 아름다운 배경에 사람들은 활기차고 귀엽다. 그녀는 평생 농장 일을 하면서 자식을 키웠고 남편을 사별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에 돌입한 나이는 무려 76세, 고작 얼마 되지 않은 나이로 '이걸 하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종종 생각하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숫자다. 세련된 기교 없이 아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처럼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는 마르크 샤갈, 앙리 루소,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 등이 있다고 한다.
여러 도구를 이용한 그림 중에서도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수채화'이다. 유화를 한번도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수채화를 한번도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3, 4학년 즈음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까지 학교 미술 시간에서 수채화 그리기는 빼 놓을 수 없다. 저자도 가끔 수채화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우리가 소설가로 알고 있는 그 헤르만 헤세이다) 또한 수채화를 그리곤 했는데 정신분석학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 미술치료를 받을 때 그렸다고 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수채화를 그렸으며 이 치료법으로 안정을 찾은 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데미안>을 완성했다고 한다.
앙리 루소와 구스타프 클림트, 마네의 그림을 훌쩍 넘어 내 손길이 멈춘 곳은 '에드가 드가'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역시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여럿 볼 수 있다. 당시 매춘부로 활동하기도 했던 발레복을 입은 어여쁜 소녀들, 에드가 드가는 그런 여성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에서 발레리나들의 몸짓과 옷은 아름답지만 여성의 얼굴은 흐릿하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런 여성들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얼굴은 어딘가 경직되어 있고 우울하며, 그림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느낌이다. 실제로 에드가 드가는 우울한 가정사가 있었는데, 바로 그의 아름다운 어머니가 삼촌과 외도를 저지르고 고작 서른을 넘긴 나이에 죽게 된 것이다. 또한 유전병으로 인해 눈부심 병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남동생은 부도로 엄청난 빚을 진다. 에드가 드가는 남동생의 빚을 갚기 위해 모델이 필요 없는 온갖 곳에서 그림을 그렸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단지 화가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 사람들의 삶과 작품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단순히 예쁘네, 하고 지나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의 삶이 어떻게 그림에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오늘은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보면서 나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